"미국, 수년 간 달러 조정…3~4회 이닝 초반 단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최근 반등 흐름을 보이던 미국 달러화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임기 동안 추가로 약 13%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 약세론자이자 '달러 스마일 이론'으로 유명한 스티븐 젠은 트럼프 임기 중 달러지수가 추가로 13.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만 약 7% 하락한 달러화가 최근 8년래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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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달러화.[사진=로이터 뉴스핌] |
런던 기반 자산운용사 유라이즌(Eurizon)의 최고경영자(CEO)인 젠은 20여 년 전 이른바 '달러 스마일(dollar smile)' 이론을 제시한 인물이다.
달러가 최근 몇 주 사이 낙폭을 일부 만회했음에도 젠은 "달러의 다음 큰 흐름은 여전히 하락"이라며 약세 기조가 구조적인 요인과 맞물려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 그리고 최근 노동시장 둔화를 시사한 ADP 지표 등을 달러 약세의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역사상 최장기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공식 경제지표 발표가 중단된 상황은 10월 달러화가 올해 두 번째로 강한 월간 성적을 기록하는 데 단기적으로 기여했지만, 셧다운 해소가 임박한 만큼 해당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 "달러 스마일 이론에 부합하는 약세 흐름"
젠 CEO는 최근의 달러 흐름이 자신의 '달러 스마일' 이론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달러 스마일' 이론은 미국 경제가 매우 강하거나 반대로 심각한 위기에 빠질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지만, 성장률이 중간 정도로 완만한 구간에서는 오히려 약세를 나타내는 패턴을 설명한다. 즉, 달러 가치가 '웃는 얼굴(smile)' 모양의 곡선을 그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올해 들어 달러가 매도 압력을 크게 받은 것은 미국이 자본을 빨아들이기보다는 오히려 밀어내는 '푸시(push)' 요인이 컸기 때문"이라며, 유럽과 아시아가 뚜렷하게 자본을 흡수하는 '풀(pull)' 요인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약세 요인으로 지적했다.
젠은 현재 시장이 주목하는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 역시 해외 경기 회복 흐름과 결합될 경우 달러 약세 압력을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자신의 전망이 다소 앞서갔던 것이 사실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 "유럽·중국 경기 개선…글로벌이 미국보다 앞설 가능성"
그럼에도 올해 들어 유럽의 경기 흐름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중국은 여전히 "하이퍼 경쟁력(hyper competitive)"을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성장의 상대적 우위가 재부각되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8%에서 올해 2%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유로존은 0.9%에서 1.2%로 완만한 회복, 중국은 5%에서 4.8%로 소폭 둔화를 각각 전망했다. 이는 미국 성장률의 탄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해외 경제가 점진적으로 바닥을 통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부활 전략에도 "달러 약세 필요"
젠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온 제조업 부흥 기조와 관련해서도, 대내 비용 구조를 낮추기 위해서는 달러 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금과 비트코인 등 대체 자산이 강세를 나타내는 배경으로 달러를 포함한 주요 기축통화에 대한 구조적 회의감 확대를 꼽으며, 해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젠은 "종합적으로 볼 때 미국은 수년에 걸친 달러 가치 조정 과정의 3~4회 초반 이닝에 와 있다"며, 달러 약세 압력이 단기 이벤트가 아닌 중기 구조적 흐름임을 강조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