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지수 하락에도 HBM4·DDR5 수요↑
AI 서버 중심 고부가 메모리 실물 회복 지속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미국 반도체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중심의 구조적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을 가늠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최근 일주일 새 4%가량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감산 효과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고부가 메모리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고 있다.
◆ 삼성·SK하이닉스, AI 수요에 HBM4 생산·공정 전환 '투트랙 가속'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의 주문이 급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차세대 메모리 제품의 생산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에서 HBM4 시험생산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2나노 기반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AI 서버용 메모리 중심으로 제품 구성을 고도화해 수익성 중심의 생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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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HBM4와 HBM3E. [사진=뉴스핌DB] |
SK하이닉스는 HBM3E 양산 안정화 이후 HBM4 조기 상용화를 위한 설비 검증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천 M16 공장과 청주 라인에서는 생산라인 효율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주요 고객사 외에도 신규 AI 서버 업체로 공급선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측면에서도 한국 메모리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통시 등 외신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현지시간) 대만 신주에서 열린 TSMC 연례 체육대회에서 "블랙웰 칩 수요가 매우 강력하다"며 TSMC에 웨이퍼를 추가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 는"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우리를 지원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엄청나게 확대했다"며 "엔비디아는 메모리 제조사 3곳에서 가장 진보된 칩의 샘플을 받았다"고 했다. 엔비디아가 중국향 수출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한국과 대만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만큼, 국내 메모리 산업의 수혜가 지속될 전망이다.
◆ 메모리 가격·수출 모두 상승세 지속
시장 지표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DDR4 8Gb 1Gx8)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0월 7달러를 돌파해 6년 10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PC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25~3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DDR5 현물가는 하루 1달러씩 상승해 연내 3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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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의 HBM4. [사진=뉴스핌DB] |
업계는 미국 반도체 업종의 단기 조정과 달리, 한국 반도체 산업은 실물 수요 기반의 회복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6947.36포인트로 마감해 일주일 전보다 약 4% 하락했다. 업계는 엔비디아·AMD 등 미국 기술주의 고평가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가 일시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반도체주는 차익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실물 경기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