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반등에 양사 실적 회복세 뚜렷
내년 HBM4 공급망 주도권 확보 경쟁 가속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나란히 두 자릿수 조 단위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양사의 실적 흐름은 엇갈렸지만,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서버 확산에 따른 수요 확대가 겹치면서 업황이 빠르게 개선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 3분기 동반 실적 개선 전망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83조4800억 원, 영업이익은 9조668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 5.3% 증가한 수치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조6761억 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DS투자증권은 10조3000억 원, 키움증권은 10조7000억 원대로 전망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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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6GB HBM3E 12H D램. [사진=삼성전자] |
SK하이닉스의 경우 3분기 매출 23조8846억 원, 영업이익 10조7459억 원이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9%, 영업이익은 52.9% 늘어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번 분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기록하며 국내 반도체 업계의 새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본다.
◆ 가격 랠리, 업황 반등 뒷받침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요인은 메모리 가격 반등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범용 D램 가격이 10~15%, 낸드 가격이 3~8%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이어 4분기 전체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범용 D램은 8~13%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가격이 DDR5보다 높아지는 이례적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공급 축소와 수요 확대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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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HBM3E [사진 = 업체 홈페이지] |
메모리 업계의 '실적 풍향계'인 미국 마이크론도 호실적을 내며 업황 개선 흐름을 확인시켰다. 마이크론은 지난 6~8월 매출 113억1500만 달러, 영업이익 39억5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특히 D램 매출 비중이 79%까지 늘어나며 AI 서버 확산이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 엔비디아 납품 경쟁 본격화될 전망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경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E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했으며, 최근 세계 최초로 HBM4 개발 완료와 양산 체계를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대역폭을 11Gbps까지 높인 HBM4 고객 샘플을 엔비디아에 전달했고, 내년 상반기 첫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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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HBM3E 12단 제품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였던 범용 D램 가격 반등에 더해 HBM에서도 공급 기반을 확대하면 반도체 부문의 실적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HBM4까지 더해지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간 '엔비디아 납품 경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HBM4의 엔비디아 공급망은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6년 전체 HBM4 수요 비트(bit) 기준 비중은 39%로 예상되며, 이 중 60%는 SK하이닉스가 점유할 것으로 보이고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비중은 각각 25%, 1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