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학·통신 순회 보고…경영 실적 총점검
AI 전환·사업 정리 병행…조직 효율화 가속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LG그룹이 올해 경영 실적을 검토하고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사업 보고회에 본격 착수한다. 이번 보고회 결과를 바탕으로 구광모 회장은 11월 중순 대규모 조직 개편과 인사 변동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추격과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사업 혁신을 강조하는 회장의 의지가 조직과 인사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23일부터 시작된 이번 보고회는 구광모 회장이 전자(LG전자·LG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화학(LG화학·LG에너지솔루션), 통신(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으로부터 순차적으로 사업 현황을 보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LG그룹은 매년 하반기 경영실적과 다음해 사업계획을 공유하는 정례 회의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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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대표(왼쪽 네 번째)가 인도 벵갈루루 SW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LG] |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발 관세 여파와 중국의 추격 심화로 인한 위기 대응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가전, TV, 석유화학, 배터리 등 주요 산업에서 경쟁 압박이 커지면서 계열사별 대응전략 점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동시에 AI 기술을 활용한 사업 혁신 방안을 구체화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구 회장은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 경쟁사는 자본과 인력 면에서 우리보다 3~4배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공유한 바 있다. 그는 또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이에 이번 보고회를 기점으로 수익성이 낮거나 업황이 부진한 일부 사업의 철수 또는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을 원칙으로 실적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왔다.
올해만 해도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했고,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LCD 공장과 LG화학의 워터솔루션사업부를 매각했다. 대신 AI, 로봇, 전장, 바이오, 냉난방공조(HVAC)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구 회장이 강조한 'AI 전환(AX) 전략' 실행을 위한 조직 개편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적 쇄신 가능성도 점쳐진다. LG생활건강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달 29일 CEO를 조기 교체했다. 2023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LG디스플레이·LG이노텍 CEO를 교체했지만, 지난해에는 LG유플러스를 제외한 다수 CEO를 유임시켰다. 올해는 사업 재편 기조에 맞춰 인사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구광모 회장은 사업보고회 일정 중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 2025'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가진 뒤 귀국한 구 회장은 이번 APEC에서도 글로벌 주요 인사들과 회동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