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13일 아시아 통화들의 가치가 5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 우려에 아시아 역내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교역 노출도가 큰 통화들이 밀리고 있다.
블룸버그가 자체 집계하는 아시아 통화 인덱스(Asia Dollar Spot Index)는 이날 장중 0.2% 하락한 91.51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5월9일 이후, 5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이머징 아시아 통화들 중에서도 무역 민감도가 높은 대만 달러(TDW)와 한국 원화(KRW)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모간스탠리가 집계하는 MSCI 이머징 통화(EM Currency) 인덱스도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머징 내 주요 종목들로 구성된 MSIC EM 지수는 장중 2% 하락,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 역외 위안화 가치는 인민은행이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작년 11월 이후 가장 위안화 강세 방향으로 고시하면서 오히려 반등했다(역외 달러/위안 환율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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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아시아 통화 인덱스 추이 [사진=블룸버그] |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에 맞서 "오는 11월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0%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對中) 수출을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시간 12일(우리시간 13일 새벽)에는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메시지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전해졌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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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FG 은행의 로이드 찬 전략가는 "트럼프의 100% 관세 위협에 미중 무역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재점화하면서 아시아 시장 전반이 위험회피 모드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 말레이시아 링깃(MYR) 등 중국 경제 전망 및 글로벌 교역 동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통화들이 어느 정도 압박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갈등 외에도 지난달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깜짝 금리인하, 그리고 지난주 필리핀 중앙은행의 예상 밖 금리인하가 잇따른 데 이어 역내 다른 중앙은행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 역시 아시아 통화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통령 친인척의 부패·횡령 혐의로 내홍을 앓고 있는 필리핀 정국, 인도네시아 신임 재무장관의 재정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도 아시아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경각심을 낳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