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책임에 국가 추가…정부 출연 100억
총리 소속 배상심의위·범부처TF로 체계 개편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참사'로 공식 인정한다. 지난해 6월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 이후 18개월 만이다.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 지원·담당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보장 강화를 위해 장기소멸시효는 폐지하고, 단기소멸시효 중단 사유를 추가해 청구권을 충분히 보장한다.
정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주재 제8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회의를 주재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2006년 원인 모를 폐 손상 환자 발생 이후 2011년 원인 규명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했고, 그 이후에도 오랜 세월 고통과 불안을 견뎌내셔야 했던 6000명에 이르는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가 폐 손상 등을 일으킨 사건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로 인과관계가 최초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11월까지 피해 인정을 신청한 8035명 중 5942명에 대해 피해를 인정했다.
정부는 이날 과거 대응 체계에 대해 "지난해 6월 대법원 판결을 통해 국가 책임이 공식 인정됐으나 그간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며 "참사의 공동책임자로서 국가의 역할이 미흡했고 국가책임 인정 이후에도 국가 주도 배상체계로 신속히 전환되지 않았으며,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교육·국방·질병 등 다양한 요구를 실효성 있게 개선하기에는 단일부처의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먼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기존 피해구제 체계를 책임에 따른 배상 체계로 전면 전환한다. 적극적 손해인 치료비와 소극적 손해인 일실이익·위자료 등을 지급한다.

피해자 건강 특성을 고려해 배상금 수령 방법에는 선택권을 부여한다. 일시금으로 수령하거나, 일부만 수령하고 치료비는 지속 지급받는 방식이다.
손해배상 책임을 기존 기업 단독에서 기업·국가 공동 부담으로 변경, 국가 역할을 대폭 강화한다. 기후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한다. 일시적으로 중단된 정부 출연을 내년 100억원부터 시작한다.
피해자 손해배상청구권 강화 차원에서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하고, 배상금 신청부터 지급 결정기간 동안은 단기 소멸시효 진행을 중단한다.
국가 주도 추모 사업도 본격 추진한다. 추후 피해자 협의를 거쳐 추모일 지정 및 공식 추모행사를 연다.
국무조정실은 범부처 전담반(TF)을 구성, 각 부처 소관 개선과제를 종합 검토한다. 본인일부부담금의 경우 치료비 대납을 통해 피해자가 치료비를 먼저 납부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통해 정산받는 기존 체계의 불편을 해소한다. 일터에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 휴가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평생 중증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성장과정 중 건강상태를 분석해서 이상소견이 발견되는 경우 조기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건강피해 인과관계 연구를 호흡기계 중심에서 만성 및 전신질환과 그 후유증까지 확대한다.
학령기 피해 청소년에게 주거지 인접 학교 우선 배정권 및 일부 대학 등록금을 지원한다. 생활기록부 질병결석 인정 사유를 병원 진료에서 질환으로 넓혀, 가정 요양 및 정신건강 진단 참석까지 확대한다.
피해 청년에게는 국민취업지원제도·청년도전지원사업·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등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제공한다. 사회복무요원이 피해자일 경우 호흡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근무지는 제외한다. 현역 입대 시 소총·박격포 등 활발한 신체활동이 요구되는 주특기를 제외한다.
환경산업기술원 조직은 개편해, 기존 환경보건처를 환경오염피해지원본부로 격상한다. 가습기살균제·석면·환경오염피해 발굴부터 지원을 맡는 전담 기구로 강화한다는 취지다. 상담사·간호사 등 보건의료 전문인력 충원도 검토한다.
신뢰 회복을 위한 피해자 소통 확대 대책도 추진한다. 건강정보 제공 등을 위해 마련한 소통공간을 활성화하고, 기후부 내 소통팀 운영 및 온라인 간담회 등으로 상시 소통체계를 강화한다.
정부는 "2026년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방식의 전면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오랜기간 고통을 겪었던 피해자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이행하며 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