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귓속 평형 센서인 '이석' 떨어지며 발생
발병률 6%...여성이 남자보다 약 2.3배 많아
제자리 되돌리는 '이석치환술' 여러번 반복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30일 갑작스럽게 이석증(耳石症, Benign paroxysmal vertigo) 진단을 받으며, 이날 부산에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는 동행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이석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서재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석증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해하려면 먼저 귀의 기능을 알아야 한다"며 "귀는 소리를 듣는 청각 기능뿐만 아니라 인체의 평형 유지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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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30일 김혜경 여사가 이석증 진단을 받은 가운데, 이석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김 여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5' 페어 투어 행사에서 전시 작품들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2025.09.03 mironj19@newspim.com |
이석증은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심한 어지럼이 수초에서 1분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좋아지는 일이 반복되는 증상이다. 원래 명칭은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鉉暈)'이다. 양성은 귓병이나 뇌 질환이 없는데도 어지럼증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발작성은 증상이 갑작스레 발생한다는 의미이고, 체위성은 자세가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현훈은 어지럼증을 가리킨다.
서 교수에 따르면 마치 스마트폰이 전화 기능뿐 아니라 자이로(gyro) 센서를 이용해 방향과 기울기를 감지하는 것처럼, 우리 귀에도 머리의 위치를 감지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평형 유지에 필요한 구조물 중 하나가 바로 이석이다.
이석은 귀 속에 수만 개 이상 존재하며, 우리 몸이 앞뒤나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기울어질 때 이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석 덩어리가 원래 있던 위치에서 떨어져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이석증이 발생한다. 이때 특정 방향으로 몸이나 머리를 움직이면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서 교수는 "이석증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으로, 누구나 평생 한 번 이상 겪을 확률이 약 6%에 이르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약 2.3배 많다고 알려져 있다"며 "특히 50대 이후 여성에서 폐경 후 호르몬 변화와 골다공증으로 인해 뼈 건강이 약해지면서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간 침상 생활을 하면 이석증이 잘 생긴다는 연구도 있다"며 "계속 옆으로 누운 자세가 중력에 의해 이석이 반고리관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누워 지내면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이 저절로 빠져나오거나 녹아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 치유에는 약 한 달 정도가 걸린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그동안 어지럼증과 구토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이석증으로 진단되면 자연 치유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서 교수는 "이석이 제자리로 돌아가려면 미로 같은 귀의 구조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돕기 위해 이석치환술이라는 물리치료를 시행한다"며 "이석치환술 한 번으로 완치되는 경우도 있지만, 며칠에 걸쳐 반복적으로 시행해야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술 후에도 떨어진 이석의 잔여물 때문에 어지럼증이 일정 기간 더 이어질 수도 있다. 이때는 진정제나 진토제를 사용해 어지럼과 구토를 완화할 수 있으나, 약물은 증상 완화용일 뿐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이석증 자체는 치료가 어렵지는 않지만 재발할 수 있다. 또한, 어지럼증이 반복되거나 평소보다 오래 지속될 때, 또는 신경마비 같은 다른 이상 증상이 동반되면 단순 이석증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서 교수는 이 경우 뇌졸중,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등 더 심각한 질환을 감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석은 하나의 돌이 아니라 수백 개의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어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골밀도가 낮아 귀 안에서 이석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 증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발을 예방하려면 칼슘과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하고 햇빛을 쬐는 야외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