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3억 혈세 날리고 성과급까지…공기업 책임성 실종"
[순천·광양·곡성·구례=뉴스핌] 권차열 기자 =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에게 '부사장' 직함과 성과급을 안겨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실패한 공기업 프로젝트 총괄이 오히려 포상성 인사와 급여 혜택을 누리며 공공 책임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6일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 30일 상임이사직에 해당하는 기획재무본부장과 E&P/에너지사업본부장에 각각 CFO, CTO 직함을 부여하며 '부사장' 명칭을 함께 쓰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무본부장 최문규와 E&P/에너지사업본부장 곽원준이 나란히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문제는 시점이다. 해당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의결 직후 비상계엄과 정국 혼란 속에서 전격 이뤄졌다는 점에서 뒷말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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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 [사진= 권향엽 의원실] |
석유공사는 이에 대해 "신사업 투자유치, 외부 협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곽 부사장이 바로 실패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총책임자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됐다는 발표에서 출발했지만, 실제 탐사 결과 가스포화도는 6%에 불과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결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사업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시추에만 1263억원 이상이 투입돼 '혈세 공중분해' 비판이 제기됐다. 석유공사는 이미 2020년부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 -1조3216억원을 기록하며 존폐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곽 부사장은 실패와 무관하게 성과급까지 챙겼다. 알리오 공시에 따르면, 그는 2023년 대왕고래 프로젝트 평가로 기본 연봉월액의 427%(약 4200만 원)를 성과상여금으로 수령했다. 이어 2024년에도 최대 373% 상당의 성과금을 받았다. 심지어 퇴직 수순을 밟아야 할 시점에 상임이사로 승진해 성과급을 또 받아갔다.
동해 탐사팀과 국내사업개발처 역시 각각 S등급, A등급을 부여받아 고성과 부서로 평가받았다. 사실상 실패한 프로젝트가 '성과'로 둔갑한 셈이다.
권향엽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1호가 대왕고래였지만 결과는 1263억 원 증발"이라며 "정작 책임자와 관여자들은 영전과 성과급으로 보상받으며 공기업 책임성은 실종됐다"고 말했다.
곽 부사장과 함께 대왕고래 타당성 평가에 참여했던 권이균 공주대 교수는 올해 5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으로 임명되며 또 다른 '승승장구' 인사 사례로 꼽히고 있다.
chadol9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