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공공 부문 임금 인상, 공공서비스 지출 확대, 부채 이자 비용 늘어난 탓"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 정부의 차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공공 부문의 임금 인상과 공공서비스 지출 확대, 부채 이자 비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 7월 총선 승리로 집권한 노동당 정부가 3개월 만에 내놓은 첫 예산 계획에 400억 파운드 규모의 증세안을 담았는데, 오는 11월 예산안 발표 때 또 다시 증세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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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의 한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 통계청(ONS)이 19일(현지 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2025/26 회계연도 첫 5개월 동안 838억 파운드(약 158조원)를 차입했다. 이는 팬데믹 발생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재정 감시 기관인 예산책임처(OBR)가 이 기간(4월~8월) 예상했던 724억 파운드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영국 정부는 8월에만 180억 파운드를 빌렸다. 전년 동월 대비 82억 파운드(9.2%) 증가했고, 부채 이자 비용은 19억 파운드 늘어난 84억 파운드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월 차입 규모는 OBR가 예상한 125억 파운드를 크게 웃돌았다"며 "세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공서비스 지출과 부채 이자 비용이 늘어난 탓"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재정 악화로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오는 11월 26일 발표할 예산안을 통해 추가 증세를 단행할 가능성이 확실해졌다고 관측하고 있다. 리브스 장관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정부 출범 후 첫 예산안에서 이미 400억 파운드 규모의 세금 인상을 발표했다.
현 노동당 정부는 오는 2029~30년까지 일상 지출을 전적으로 세수로 충당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를 200억 파운드 이상으로 추산되는 재정 공백을 메워야 할 것을 관측되고 있다.
컨설팅사 WPI 스트래티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틴 벡은 "만약 현 차입 속도가 회계연도 전체에 걸쳐 유지된다면 적자는 OBR의 전망치를 약 200억 파운드 초과할 것"이라며 "이는 11월 증세가 불가피해 보이게 만든다"고 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폴 데일스는 "최신 자료를 기초로 할 때 정부가 예산에서 280억 파운드를, 그것도 대부분 세금을 통해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 가능성은 소비자 신뢰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연구기관 GfK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9월 소비자 신뢰 지수는 2포인트 하락한 -19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평균치인 -18보다 낮은 수준이다. GfK의 소비자 인사이트 디렉터 닐 벨라미는 "11월 예산에서 증세가 예상됨에 따라 소비자 신뢰는 불가피하게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경제 성장을 통해 세수를 늘리겠다는 전략이지만 이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영국 경제 성장률은 지난 1분기 0.7%에서 2분기에는 0.3%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7월에는 0.0%를 기록해 성장이 정체된 모습도 보였다.
차입 규모에 대해 제임스 머레이 재무부 차관은 "정부는 차입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갖고 있으며 납세자의 돈은 부채 이자가 아니라 국가의 우선 과제에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 그림자 재무장관인 멜 스트라이드는 "적자를 줄이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에는 너무 약하고 산만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 이후 영국 차입 비용도 상승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3%포인트 오른 4.72%를 기록했다.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0.4% 하락해 1.349달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