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8개월간 의약품 관세율 250%까지 단계 인상
의약품 생산기반 미국으로 이전할 시간 준다는 입장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대응해 올 해에만 12개 글로벌 제약사들이 3500억 달러(483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의 발표를 자체 집계한 결과를 토대로 제약사들이 미국 내 제조시설 확충과 연구개발 등을 위해 2030년까지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별로는 이 날 미국 내 투자 계획을 공개한 영국의 GSK가 5년간 300억 달러(41조 원)를 연구개발 및 공급망 구축에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필라델피아 인근에 들어설 12억 달러(1조6500억 원) 규모의 공장 건설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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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5일,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일라이 릴리 제약 제조공장 전경.[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도 버지니아 리치몬드 인근에 50억 달러(6조9000억 원)를 들여 의약품 제조공장을 설립한다고 이 날 발표했다. 앞서 일라이 릴리는 지난 2월 270억 달러(37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 내 의약품 제조시설 4곳을 신설한다고 밝혔버지이아 공장은 이 중 하나다.
이 밖에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은 향후 4년간 미국 내 제조 및 연구 개발에 550억 달러(75조8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500억 달러(69조 원)를 들여 미국 내 제조 및 연구 역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WSJ은 일부 계획의 경우 코로나19 당시 드러난 의약품 공급망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미 시작된 방안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도 투자 확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합의에 따라, 미국이 제약 부문에 대한 관세 조사를 마치면 EU에서 수입되는 의약품에 최대 15%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18개월간 관세율을 최대 25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으로 의약품 생산 기반을 이전할 시간을 준다는 입장이라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자동차보다 수익성이 좋은 반도체와 의약품에는 자동차(25%)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말해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