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 급성장…가입자가 투자 결정 내리는 DC·IRP 비중 확대
RA 기반 퇴직연금 상품, 평균 수익률 14.3%
알고리즘 한계 등 구조적 리스크 존재…"신뢰 부족으로 서비스 활용 저조"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인공지능(AI)이 본격 도입되면서 투자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Robot Advisor·RA)를 활용한 퇴직연금 운용이 확산되며 수익률 개선 효과가 부각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8월 '퇴직연금 및 연금계좌 적립 확대를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를 통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8년 190조원에서 2023년 말 382조3000억원, 2024년 말 431조원으로 불어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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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별로는 2024년 말 기준 확정급여(Defined Benefit·DB)형이 214조6000억원(49.7%)으로 가장 많았고, 확정기여(Defined Contribution·DC)형이 118조4000억원(27.4%), 개인형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IRP)이 98조7000억원(22.9%)을 차지했다.
특히 가입자가 직접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DC형과 IRP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투자자의 역할이 커지는 가운데 AI가 빅데이터 분석 등을 활용해 연금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RA 기반 퇴직연금 시장도 성장세다.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올 2분기 테스트베드를 통과해 상용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RA 기반 퇴직연금 계약자는 전 분기보다 2.7% 늘어난 34만3533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운용 금액도 전 분기 대비 3.76% 증가한 1조172억3000만원에 달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졌다. 올해 2분기 증권사 RA 기반 퇴직연금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14.3%로,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증권사 평균 IRP 수익률(5.21%)을 크게 웃돌았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RA 일임형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제도권 안착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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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과제로 지목된다. 금융위가 '디지털 자산관리 규정'을 마련했지만 가이드라인 수준에 그쳐 법적 구속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알고리즘의 한계와 예측 실패 가능성, 책임 소재 불명확성, 사이버 보안 등 구조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4월 발표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 도입의 기대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이해도가 낮은 가입자가 많은 IRP 시장에서 부적절한 자문 제공 또는 알고리즘 운용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서비스 활용이 저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대형사는 계열 운용사의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함으로써 간접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지만, 기술 기반의 소형 업체들은 운용 성과보수 외에 뚜렷한 수익원이 없어 수수료 경쟁이 심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 존재한다"며 대형사 중심의 과도한 수수료 인하 경쟁이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kgml9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