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년 새 점유율 42%→78% '급성장'
LG엔솔, AI·로봇으로 개발속도 10배 높인다
삼성SDI, 각형 배터리 안전성·품질로 차별화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최근 5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 점유율이 2배 가까이 늘어나자 한국 배터리 업계가 생존 전략 마련에 나섰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17일 서울 강남구 엘타워에서 이차전지 전문 콘퍼런스 'KABC 2025'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소재 기술 혁신과 제품 차별화 전략을 공개하고, 전문가는 정부 지원 확대 등을 통한 반격 전략을 제시했다.
◆LG엔솔 "AI·로봇으로 개발 속도 10배 가속"
LG에너지솔루션은 소재 기술 혁신과 개발 속도 혁신을 핵심 돌파구로 제시했다.
박병천 LG에너지솔루션 담당은 "과거 소재 개발은 2~3년 단위로 새로운 케미스트리가 나타났는데, 그렇게 해서는 지금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개발 속도를 지금보다 5배 10배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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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박병천 LG에너지솔루션 담당이 17일 서울 강남구 엘타워에서 열린 이차전지 전문 콘퍼런스 'KABC 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5.09.17 aykim@newspim.com |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고전압화와 리튬망간리치(LMR) 양극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MR은 니켈·코발트 함량을 30% 이하로 줄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하이니켈 양극재 수준의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특히 개발 속도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전면 도입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축적된 특허 5만건을 활용한 지식재산권(IP)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박 담당은 "연구원들이 단순히 R&D를 끝내는 게 아니라 지적재산권을 확보해 선반에 올려놓고, 새로운 기술 개발 시 다시 꺼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국내 협력사들과 특허를 공유해 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삼성SDI "각형 배터리 안전성이 차별화 포인트"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의 안전성을 핵심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김종찬 삼성SDI 그룹장은 "180Ah 용량의 하이니켈 소재 각형 배터리로 700Wh/L급 에너지 밀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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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김종찬 삼성SDI 그룹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엘타워에서 열린 이차전지 전문 콘퍼런스 'KABC 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5.09.17 aykim@newspim.com |
특히 열폭주 전파 방지 기술 시연에서 각형 배터리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벤트가 발생한 셀은 온도가 1200도 이상으로 순식간에 올라가지만, 인접한 셀들은 200도 근처까지 올라갔다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김 그룹장은 2011년부터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며 축적한 제조 노하우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그는 "각형 배터리는 조립 공정이 복잡해 많은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한데, 삼성SDI는 오랜 기간 쌓은 경험이 있다"며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100% 전수 X-ray와 CT 촬영을 실시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글로벌 프리미엄 업체들과 10년 이상 거래를 유지해온 신뢰성과 중국·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 체계를 강점으로 부각했다.
◆"정부 지원 20분의 1 수준…정책 통합 절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중국의 압도적 정부 지원과 한국의 현실을 대비하며 정책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중국의 GDP는 한국의 10배지만, 배터리 산업 정부 지원금은 20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80배 더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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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가 17일 서울 강남구 엘타워에서 열린 이차전지 전문 콘퍼런스 'KABC 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5.09.17 aykim@newspim.com |
SNE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중국의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은 42.2%에서 77.8%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48.2%로 한국(38.3%)을 앞섰다.
김 대표는 "CATL 직원들이 우리나라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처럼 밤낮없이 일하고 있으면서 회사가 보상도 확실하게 지급한다"며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분석했다.
돌파구로는 미국 시장 공략 강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 신규 활용처 발굴, 국내 기업 간 특허 협력 등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흩어져 있는 정책 지원 주체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배터리가 LCD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고 OLED처럼 성장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