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에 GDP 대비 3.8% 국방비 증액 요구
GDP 대비 3.8% 수준 증액시 예산 90조 육박
일각에서는 내년 국방비 최소 70조 돌파 예상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8%로 대폭 올리고, 방위비 분담금을 10억달러 이상 증액하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국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면 내년 국방예산은 90조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재정 부담과 안보 정책 사이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우리나라에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3.8% 올릴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미 행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협상 초안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안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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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핌DB] |
미국은 최근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 동맹국에 GDP 대비 5% 이상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3.8%를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예산 증액은 한국 정부에 상당한 재정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또 미국은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을 현재 약 11억달러에서 추가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증액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은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한미동맹 내 전략적 역할과 책임 분담에 대한 미국의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성명서 채택도 촉구했다. 이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사적 자산을 필요하게 될 때 자유롭게 군 병력을 배치할 수 있는 군사적 전략 중 하나다.
방위비 증액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요구는 그동안 한미 협상 테이블에서 꾸준히 논의됐던 사항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안보 환경이 변화하면서 그 무게는 한층 더 커졌다. 한국 정부로서는 경제 성장 둔화와 국민 부담 증가라는 현실적 제약과 맞물려 있다.
미국 내에서도 방위비 증액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심화하고 있어 아직 협상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다만 미국 정치권 내 대다수는 미국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대폭 증액을 주장한다. 반면 일부는 동맹국들의 부담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앞으로 한미 동맹의 방향성과 양국 간 책임 분담의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내 안보 정책뿐 아니라 경제 재정 운용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의 국방예산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6년 약 40조원 규모였던 국방비는 2020년 들어 60조원에 근접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국방예산은 61조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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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증가는 북한의 군사 위협 고조와 미·중 안보 경쟁 심화, 첨단 무기체계 확보 등 복합적인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결과다. 윤석열 전 정부는 병장 월급 200만원 현실화를 국정과제로 삼았는데, 이에 따라 국방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10년간 국방비 증가율은 연평균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가 현실화할 때 국방예산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우리나라가 GDP 대비 3.8% 수준으로 국방비를 올릴 경우, 예산 규모는 약 90조원에 육박한다.
일각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에 국방비가 최소 7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방예산 지출 규모와 방위비 분담금 확대 카드를 받지 않고, 미국의 전투기를 구입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다만 이같은 방위비 증액은 재원 마련과 국민 부담 증가라는 변수가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요구하는 국방비 증액은 대한민국 정부가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GDP의 3.8%이면 30조원인데, 지난번 세수펑크 규모가 30조원이었다. 세제개편으로 세입을 8조원 겨우 확충했는데, 30조원을 예산으로 확충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