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직원 중 90% 이상 분리 반대 성명서
조직 분리 시 소비자보호 기능 약화 우려
현 시스템 유지하며 인력강화 등 대안 주장
여당도 신중론, 연말에 구체적 윤곽 나올 듯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늦어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도 소비자보호원 신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정부의 방향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현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여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는만큼 최종 결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4일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을 개편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공감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해 따라 독립시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만들겠다는 방안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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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핌DB] |
이 같은 입장은 이미 금감원 노조가 이달에만 두 차례나 성명을 낸바 있으며 지난 21일에는 직원 1539명이 분리 반대 호소문 국정기획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국·실장급을 제외한 약 1800여명의 전체 직원 중 부재자를 뺀, 사실상 모든 직원이 동참했다.
이재명 정부는 당초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금융위원회의 해체와 금소원 신설 등을 강력하게 검토했지만 최근에는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금융위가 부동산 규제와 관련된 대출규제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며 오히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역시 내부 직원들의 반대가 커지면서 기능 분리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분리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 실효성이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유석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장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부서와 협업을 해야 한다. 소비자보호는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 내에 있는 금소처를 금소원으로 분리해 독립시킨다면 이런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고 직원들도 해당 업무에 고립될 수 있다. 검사부서와 신속하게 협업해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법령 재정비라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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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핌DB] |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관리 및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금감원은 업무 특성상 금융소비자법은 물론 은행법과 보험업법, 자본시장법 등에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소원만 분리하면 업무상 법령 (적용) 해석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소원 분리가 가뜩이나 과중한 업무를 더욱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은 전임 이복현 원장의 공격적인 업무 스타일로 인해 업무량은 크게 늘어났지만 이에 상승하는 보수증액이나 인력충원은 이뤄지지 않아 많은 직원들이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진바 있다.
이에 금소원 분리로 다수의 인력이 유출되고 그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상당한 업무부담이 불가피하다. 현재 정부는 금소원 분리와는 무관하게 금감원의 기능 자체도 강화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이에 상응하는 인력충원은 필수적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최종 결정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1기 내각 안정과 기재부 등 일부 부처 조직개편이 모두 마무리된 연말에서야 금융당국 개편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위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의 처우개선도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라며 "소비자보호강화 등 현 정부 방침에 동의하는 연장선상에서 금소원 분리를 반대하는 점을 명확히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