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찰에 의무 없는 일" vs "직권남용도 불성립"
尹, 탈당 입장·계엄 사과 질문에 답 없이 법원 떠나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헌법에 따른 적법한 국가긴급권 행사였을 뿐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추가기소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혐의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4차 공판을 열고 병합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모두진술 절차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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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정오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의 오전 재판 종료 후 점심 식사를 위해 법정을 빠져 나가고 있다. 2025.05.19 photo@newspim.com |
검찰은 직권남용 공소사실과 관련해 "군 통수권자이자 행정부 수반이던 피고인은 직무권한을 남용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및 포고령에 근거, 군인과 경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순차 공모해 경찰기동대원과 국회 경비대원 등 경찰관을 비롯해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국방부 조사본부, 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군인들에게 국회 봉쇄와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등을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을 지난 1일 추가기소한 경위에 대해서는 "내란죄 성립을 자신하지 못해 직권남용죄로 추가기소했다는 변호인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헌법 제84조의 불소추특권에 따라 지난 1월 26일 내란우두머리 혐의만 분리기소한 것이고 이후 헌재 탄핵결정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돼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기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공소장을 봐도 어떤 공무원의 어떤 직권이 남용됐는지 알 수 없다. 공범들과의 공모 시기나 내용, 장소, 방법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고 피해자도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 불특정을 주장했다.
이어 "비상계엄과 포고령이 위헌·위법이라는 전제로 헌법과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해석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부연했다.
변호인은 "국가원수가 당시 상황을 국가비상상황으로 판단하고 비상대권으로 행사한 것을 법정에 세워 재판하는 것은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다"며 "대통령이던 피고인은 나라를 살리려는 생각에 헌법에 따라 적법하게 국가긴급권을 행사했을 뿐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거나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추가기소된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직접 발언 없이 재판을 마쳤다. 지난달 14일 첫 공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약 93분간 공소사실을 부인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출석 때와 퇴정 때도 "탈당과 관련해 직접 밝힐 입장이 없는가", "계속 같은 증언이 반복되는데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라'고 지시한 적이 없는가",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할 생각 있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오전 재판을 마친 뒤에는 질문을 받자 주변에 있던 윤갑근 변호사를 바라보며 "변호인이 얘기하시죠"라는 말만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