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지난해 봄 대림동에 갔다. 사방이 중국어 간판으로 가득했고 생경한 억양이 귓전을 때렸다. 가판대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먹지 않는 말린 식재료와 해바라기씨가 널려 있었다. 길다랗게 생긴 한국의 꽈배기와 달리 중국식 꽈배기는 크루아상처럼 동글동글하게 말려 있었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던 길거리가 어색했다.
낯선 것들을 대면할 때 처음 밀려온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해외 관광지에서는 어설픈 한국어가 들려오기라도 했지만, 대림동에서는 점심 식사를 시키는데도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어떤 한국어 단어를 외치든 고개를 저을 것 같았다. 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편안해 보였다. 분명 모국어가 통하는 한국에 있는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 어쩐지 매일 뒹굴던 집에 타인이 신발을 신고 들어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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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방보경 기자 |
하지만 두려움 외에 다른 감정도 느꼈다. 당시 '대림동 걷기'를 이끌었던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은 중국동포 출신이었다. 한국 정책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나오는 답변이 오랜 경험과 공부 덕분이라고 느껴져 입이 벌어졌다. 그가 이주민 3세대들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해줄 때는 막막해졌다.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오래 고민하기도 했다.
타인을 알면 알수록 적대할 수만은 없다. 정치의 본질이 '낯선 사람과 잘 싸우고 화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두려워도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해 보고, 소리지르고 악을 쓰더라도 상대에 대한 이해를 멈추지 않는 게 민주주의가 아닐까.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서의 반중 정서가 우려되는 이유다. 최근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말투가 어눌하다는 이유로 중국대사관에 난입하려 했다는 기사를 봤다. 다른 지지자가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과 미군이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 국적 99명을 체포해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로 이송했다'는 거짓 뉴스를 제보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탄핵 반대를 외치는 이들이 싸워야 할 대상을 굳이 짚는다면 야당이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주'가 과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탄핵소추안을 29차례 발의한 데다, 헌법재판관 선출도 미루면서 심판 절차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사실에 기초한 비판인 셈이다.
하지만 중국과 관련해서는 가짜 뉴스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인에 대한 특혜가 있다는 거짓 정보가 국민동의청원까지 올라왔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재판에서 중국이 정치공작과 심리전 등을 더한 '하이브리드전'을 주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명확한 근거 없이 의심에만 그치는데, 이를 정당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태가 어지러울수록 목표는 명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치 구조와 문화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점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중국을 얘기할 경우 상황이 혼란스러워지기만 할 뿐이다. 탄핵 반대 측이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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