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예외' 놓고 지지부진한 반도체 특별법
가능성 열어 놓은 李…당내 "구체적 대안 내놔야"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야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클릭'이 여야 모두의 반대에 부딪힌 형국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정책 방향 선회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안에서는 갑작스러운 우클릭을 하기에는 이 대표가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에 따른 조기 대선이 가시화 되면서 이 대표가 정책 우클릭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 예가 바로 반도체 업계의 주 52시간제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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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2.17 pangbin@newspim.com |
이 대표가 주 52시간제 예외로 반도체 업계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지난 3일이다. 당시 민주당은 연구개발(R&D) 노동자의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를 두고 입장을 정하기 위해 '정책 디베이트(토론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고 했다. 반도체 분야는 주 52시간에서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의 전통 지지층인 노동계는 물론이고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 기류가 강했다. 특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에 반대 의견을 냈다.
여야는 '반도체 특별법' 중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큰 골자에는 의견 일치를 봤다. 문제는 연구개발 노동자들을 주 52시간제 예외로 둬야하는지였다. 국민의힘은 직무 특성상 연구개발 노동자를 주 52시간 근무라는 틀에 가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특정 업계에만 특례를 만드는 것은 조금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반도체 특별법은 산자위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몽니로 국가 미래가 걸린 산업의 경쟁력이 발목 잡히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 안에서는 이 대표가 진보 진영에서 주 52시간 예외 가능성을 먼저 열어 놓은 만큼 책임감 있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사실 지난 정부에서 주 52시간제가 처음 도입되던 당시에도 '모든 산업군을 주 52시간에 묶는 것은 안 된다'는 우려가 있긴 했다"면서도 "문제는 현행법으로 주 52시간제가 시행이 되고 있다는 점이고, 이 대표가 이에 대한 수정을 이야기할 것이라면 구체적이고 납득 가능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번 토론회처럼 방향 전환 가능성만 던지면 안 된다"며 "여당도 이 대표가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않으니 신뢰성을 문제 삼고 있지 않느냐. 당내는 물론이고 지지층 사이에서도 문제 제기가 많은데, 이 대표가 먼저 언급했고, '실용주의'를 외치는 만큼 당내 관계자들의 설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c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