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수 상한 등 5개 안건 95% 이상 높은 지지
주주제안 '집중투표제'도 70% 이상 찬성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로 평가받은 국민연금과 해외기관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이사 수 상한과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등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제안한 안건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제안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 역시 표결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약 70%가 찬성해 가결됐다.
고려아연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지난 5일 이사회에서 황덕남 사외이사를 창사 이래 최초로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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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뉴스핌 DB] |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19인 이하) ▲액면분할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을 위한 정관 변경안 6개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높은 지지로 통과됐다.
특히 국민연금과 해외기관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찬성 속에 특별결의 안건(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이상이 찬성 필요)인 정관 변경안 6개가 안정적으로 가결됐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 측 우호 주주와 MBK 파트너스·영풍 측 주주를 제외하고, 표결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중 95% 이상이 이사 수 상한과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액면분할과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임시주총에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해 각각 반대와 찬성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권고했으나, 집중투표제를 반대한 ISS도 현 경영진에 대해 "고려아연의 핵심 사업 성과는 만족스럽다(The company's performance is satisfactory, at least in its core business)"고 평가한 바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 견제기능 등이 두루 강화될 것이라는 데 상당수의 주주가 공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캐스팅 보트인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등 정관 변경안들을 통과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추진해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포함한 주주들의 지지와 응원에 기필코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후인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의장에 황덕남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황 의장은 서울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서 법관으로 근무했으며,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도 일했다. 현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과거 하나은행에서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법률 및 사회공헌 분야 최고 전문가다.
기존 이사회 의장이던 최윤범 회장은 지난해 11월 공언한대로 물러났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임기만료와 함께 대표이사에서 내려온 데 이어 이사회 의장에서도 물러났다. 최 회장은 앞으로 사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MBK·영풍 측은 반박 자료를 통해 "최윤범 회장 측은 임시주주총회를 불과 반나절 앞두고 탈법적인 출자구조를 기습적으로 생성시켜 고려아연 1대 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불법적으로 제한하고, 굴지의 상장법인 주주총회를 자신의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한 위법행위를 자행하고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찬성비율을 논하는 것은 범법자들의 자화자찬일 뿐, 무의미하기 그지없다"며 "최 회장 측의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국내외 기관투자자들, 주주들의 투표는 무효가 됐고 헛수고가 됐을 뿐 아니라,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개혁하고자 하는 주주들의 염원까지도 깡그리 무시당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풍·MBK 파트너스는 국가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시급히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최 회장이 무모하게 저지르고 있는 일련의 불법, 탈법적 행위들을 신속하게 바로 잡고자 한다"고 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