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한국형 비만약' 2026년 출시
HK이노엔, 中서 도입한 물질 3상 신청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새해에도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열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미약품의 임상 속도가 가장 빠른 가운데 최근 HK이노엔이 국내 임상 3상을 신청하면서 시장 선점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비만치료제 후보 물질 'IN-B00009'에 대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사진 = 셔터스톡] |
해당 물질은 지난해 5월 HK이노엔이 중국 바이오 기업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했으며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다. 주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중국에서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3상 단계에 있다. HK이노엔은 국내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국내 3상은 내년 4월부터 오는 2028년 3월까지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중국 파트너사가 이미 1상과 2상에서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바 있어, 3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HK이노엔은 치료제 상업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후보 물질 도입 전략으로 임상 기간을 단축한 셈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중국 파트너사로부터 2상이 완료된 물질을 도입해 상대적으로 임상 속도가 빠르 편"이라며 "국내와 중국의 임상 가이드라인이 달라 중국에서는 파트너사가 3상을 따로 진행하고 있으며 HK이노엔이 국내 3상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에 뛰어든 한미약품은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초 3상에 참여할 첫 환자를 등록했으며 2026년 하반기 치료제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자사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자체 개발한 주1회 주사 투여제다. 당초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비만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했다.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이전했던 물질로 2020년 반환됐으나, 사노피가 글로벌 이상 3상까지 진행한 이력이 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의 등장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약물의 혁신성과 복용 편의성 등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고려한 치료제로 개발해 국내 환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동아에스티와 대웅제약, 프로젠 등 국내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과 HK이노엔 등 개발 속도가 빠른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968억원에서 2023년 1780억원대로 83.9% 성장했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7.3%에 달한다. 글로벌 매출 기준으로는 세계 4위 규모로 큰 편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는 제약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3상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과 HK이노엔의 시장 가치가 크게 상승하지 않을까 싶다"며 "빠른 출시는 치료제 시장 선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만치료제가 이미 시장에 출시돼 입지를 넓히고 있는 만큼 차별점이 없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와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의 2형 당뇨병치료제인 오젬픽과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의 성분 '세마글루타이드', 릴리의 2형 당뇨병치료제 마운자로 및 비만치료제 젭바운드의 성분 '터제파타이드' 등과 같은 약물의 올해 매출액은 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