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지구 13개 구역 3만6000가구 선정...행정·금융지원
이주대책, 광역교통 개선방안과 함께 내달 공개
이주 단지 조성보다 주변지역 공급확대로 분산
입주물량 감소, 수요 증가로 시장혼란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선도지구 재건축에서 별도의 '이주단지'를 조성하지 않고 주택공급 확대로 이주수요를 흡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데다 전세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면 극심한 전세난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국토교통부가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이 추진되는 선도지구를 선정한 가운데, 재건축 이주대책은 광역교통 개선방안과 함께 내달 공개할 예정이다.
대규모 이주단지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유휴부지 개발과 영구임대주택, 순환정비 사업 등을 통해 이주수요를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지 주변으로 공급계획을 확대하는 것으로, 분당은 오리역 일대 역세권 복합개발, 성남농수산종합유통센터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산은 3기 신도시 고양 창릉, 중동은 부천 대장에 지어지는 아파트가 이주대책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신도시 모습 [사진=정일구 기자] |
문제는 일시적으로 이주수요가 대거 발생하기 때문에 전·월세 시장이 불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주변 지역의 주택 공급확대는 물량이 제한적인 데다 전·월세 수요가 기존 재고시장으로 몰리면 가격 불안이 야기된다. 전셋값 상승은 시차를 두고 매맷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선도지구 주민들은 2027년 착공 전 이주해야 하고, 매년 2만~3만 가구의 대규모 이주수요가 발생한다. 선도지구 선정을 앞두고 국토부는 이주민 전용인 '이주단지'를 조성해 공공임대, 공공분양 주택으로 이주수요를 흡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주단지에 대한 공실 우려가 불거지면서 지난 6월 이주단지 조성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최근에는 이주 단지뿐 아니라 이주를 위한 전용주택(이주 주택)도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이어진 집값 상승과 물량 감소 등으로 전세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중 분당구가 속한 성남시 아파트는 올해 누적 전셋값 상승률이 2.55%로 전년 -3.14%에서 급격히 반등했다.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중원구가 4.63%로 가장 크게 올랐고, 수정구 4.55%, 분당구 1.71% 등을 기록했다. 일산신도시가 조성된 고양 일산서구와 일산동구도 각각 6.53%, 4.38% 뛰었다.
내년에는 공급물량이 줄면서 전세 불안이 더 우려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은 10만9027가구로, 올해(14만9057가구)보다 26.8% 줄어든다. 경기도에선 올해보다 41.3% 줄어든 5만7889가구가 집들이할 전망이다. 임대차 2법 시행이 4년 차를 맞는 데다 비아파트 비선호 현상이 지속돼 전셋값 상승 요인이 더 크다는 해석이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학군 수요 등으로 전셋값 상승이 꾸준한 지역인데 선도지구 재건축으로 일시에 전세 수요가 늘면 전·월세 가격 급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전셋값 상승이 시차를 두고 매맷값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도지구 사업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주 대책이 면밀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합재건축 추진위 한 관계자는 "2027년 선도지구 착공목표가 현실화되면 2026년부터는 이주해야 하는 데 선점하려는 수요로 전세시장 불안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학군, 역세권 등 선호 지역이 비슷하기 때문에 주택 공급을 확대로 상당수의 이주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면 시장 혼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1기신도시 선도지구로 13개 구역(3만6000가구)를 선정했다. 분당 3곳(1만1000가구), 일산 3곳(8900가구), 평촌 3곳(5500가구), 중동 2곳(6000가구), 산본 2곳(4600가구) 등이다. 선도지구의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학교설치 문제, 분담금 산출, 사업비 보증 등 행정·금융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