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 진행
"밥그릇 때문이 아닌 공부 동기 잃어 휴학"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내년 초 복학을 전제로 휴학을 승인해 주며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들은 제적 혹은 유급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발표한 교육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휴학 의대생의 1인 시위가 열렸다.
김창민 건국대 의과대학(본과 2학년) 학생회장이 14일 오전 9시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김창민 건국대 의과대학 학생회장이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4.10.14 calebcao@newspim.com |
김씨는 "교육부는 학생들이 내년에 돌아오는 것을 약속하면 휴학을 승인해 주겠다는 조건부 휴학 승인을 내걸었다. 만약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 혹은 유급이라며 겁박을 했다"며 "어째서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지는 장관이 학생들을 향해 이러한 강요와 협박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지 눈과 귀를 의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그 발언을 곱씹어 보았다"며 "의대생들을 국가 보건의료에 기여할 양성해야 할 인재들로 존중하지 않고, 그저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항 세력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확신했다. 교육부 장관은 이 모든 발언에 대해 해명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씨가 말한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발언은 지난 8월 29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이긴다'는 표현은 썼지만, 6개월이라는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지난 11일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2025학년도에도 학생이 미복귀해 의대 학사 차질이 계속되는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마지노선"이라며 "학생 미복귀가 지속되면 유급·제적 등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했다.
김씨는 "내년 의사 수급이 걱정되니 6년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한다는 발언까지 나온 것"이라며 "의대 교육을 받아보지 않고, 현장 경험도 없이, 탁상공론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양질의 교육을 망치고 있는 정부 행태가 도를 넘었음을, 교육부 장관은 이제 자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일부 언론과 여론은 (단체휴학 의대생들을) '이기적이다, 어린애들이 벌써 밥그릇 챙긴다'라고 욕을 하지만 학생인 저희는 밥그릇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매일 잠 못 자가며 매주 시험을 치는 순수한 의학도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런 힘든 과정을 버티는 것도 직업에 대한 사명감, 보람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하지만 정부의 무계획, 무대책, 무데뽀 이 3무로 밀어붙이는 정책을 보며, 더블링 그 이상 몇 곱절 늘어난 인원을 수용할 강의실, 실험실, CPX(진료수행평가) 실습실 등은 도대체 어떻게, 언제 마련할 것인지, 그 많은 교수를 어디서 모셔올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학 교육의 질이 마구 떨어지는 것을 보며 저 스스로는 환자들과 국민들께 도움이 될 수 있겠는지 회의감이 들며 공부할 동기를 잃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은 권리가 아니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씨는 "휴학 얘기를 하려고 온 게 아니고, 학업적 동기가 떨어진 것을 말하고자 왔다"며 "학생 회장 신분이긴 하지만 어떤 발언으로 메시지가 왜곡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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