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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서울서 놓쳐선안될 작품12..정현·아니카이에서 피에르위그까지

기사입력 : 2024년09월07일 14:37

최종수정 : 2024년10월14일 18:55

전세계 110개 유력화랑 참여,작년보다 10개 감소
경기감안,고가 작품대신 수집가능한 작품 선보여
한국작가 아니카 이,이배,이불,서도호 선전 눈길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프리즈(Frieze)서울 첫해에 하우저앤워스가 출품했던 조지 콘도(67)의 붉은 인물화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타오르는 붉은 색으로 인물을 빨려들 듯 그린 '붉은 초상화 구성'(가로x세로 2m)은 막 포문을 연 프리즈를 상징하는 작품(판매가 40억원)이었다. 이 압도적인 작품은 지금도 '프리즈서울'하면 떠오르는 아이콘이다. 새롭고 도전적이며, 완성도도 뛰어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거다' 싶은 그림은 찾기 어려웠다. 동시대를 대표할만한 참신함과 독특함, 그리고 작가적 명성도 동반한 특급 작품이 금년에는 더욱 줄어들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페인팅과 '호박'조각 등이 왔지만 너무 낯익어 신선감이 떨어졌다.

올해로 3회째를 맞아 지난 4일 코엑스에서 전세계 110개 갤러리가 참가한 가운데 개막한 프리즈서울은 하이라이트로 올릴 만한 작품이 줄어든 대신, 수집가능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또 작년에 이어 상위 화랑과 하위 화랑간 매출 격차가 더 벌어지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코비드 이후 작품운송료와 보험료, 항공료및 체재비, 부스비가 급상승하면서 해외의 중소 화랑들이 페어 참가를 포기해 올해는 전체 화랑수가 10개나 줄었다. 중소 규모 화랑들의 판매실적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중간급의 한 화랑은 "서울에 가져온 작품을 거의 팔지 못해 고스란히 재포장해 가져간다"고 밝혔다. 글로벌 마켓을 쥐락펴락하는 톱 갤러리들을 제외하고는 판매실적이 지난해 보다 나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프리즈서울에서 한국 컬렉터에게 4만달러(약 5370만원)에 팔린 엠베라 웰맨(Ambera Wellmann)의 작품 'Skellein'. 2024. Oil on linen 64.8x68.6x2.2cm. 2024광주비엔날레에도 웰맨의 드라마틱한 대형 회화 4점이 나왔다. [사진=하우저앤워스]2024.09.05 art29@newspim.com

게다가 한국의 미술시장 경기가 좋지 않고, 달러및 유로화 환율이 턱없이 높은 것도 초고가 작품이 줄어든 이유다. 프리즈서울에서는 작품이 주로 달러(또는 유로)로 거래되는데, 갤러리스트가 '10만달러입니다'라고 하면 처음엔 별 부담없이 들리지만 한화로 재빨리 환산하면 '1억3365만원'이어서 느낌이 확 달라진다. 원화 가치가 호전되지 않는한 외국작품을 사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당위성과 확신이 동반돼야 지갑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올해 프리즈서울은 유럽과 미국의 참가화랑이 줄어들었다. 그 빈자리를 아시아및 한국화랑이 대신했지만 전체적으로 숫자가 줄어 페어장이 한결 널널해졌다. 한국 갤러리로는 갤러리조선과 BB&M이 새로 갤러리즈 섹터에 진입했고, 갤러리신라가 마스터스 섹터에 새로 참여했다. 

[서울=뉴스핌] 2004 프리즈서울에 영국 화랑 사디 콜이 선보인 미국 유명작가 리차드 프린스의 회화 'Just My Luck'.2023. 이 작가는 몇년째 법정 공방 등이 이어지면서 근래 활동이 다소 주춤한 데, 특유의 시니컬한 작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9.07 art29@newspim.com

올해 프리즈의 두드러진 특징은 코엑스에서 나흘간 열리는 '본 게임' 외에, 페어장 바깥 미술관 등지서 열리는 '장외전'이 부쩍 확대됐다는 점이다. 아울러 새로운 컬렉터와의 네트워킹을 다지기 위해 유력 갤러리들이 세련되고 호화로운 '나이트 파티'를 대폭 강화해 서울 삼청로 청담동 한남동은 물론 홍대, 을지로 등지로 아트파티가 확산됐다.

특히 서울에 분점을 개설한 글로벌 유명 화랑들은 나이트 파티에 큰 공을 들였다. 또 서울점 전시에도 많은 투자를 해 어느 때 보다 돋보이는 다양한 기획전시가 막을 올렸다. 이는 아트페어를 통해 확보한 고객을 연중 상시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서울점에서의 전시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한국계 작가로 박테리아, 꽃, 곤충 등 이색적인 대상을 작업에 다각도로 끌어들여 탐구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한국계 아티스트 아니카 이의 움직이는 키네틱 조각과 평면 작품. 미국 글래드스톤이 선보인 이들 작품 중 조각은 첫날 2점이 팔렸다. 아니카 이의 작품은 독일 화랑인 에스더쉬퍼 부스의 정중앙에도 내걸려 글로벌 미술계에서 작가의 파워와 인기를 입증해주고 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9.05 art29@newspim.com

참여화랑 축소로 페어장에 여유공간이 생기면서 1회 때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VIP 개막일의 혼잡은 해소됐다. 또 주최측이 관람객을 분산입장시키면서 차분한 가운데 장이 시작됐다. 그러나 전세계 톱 갤러리들의 부스는 여전히 발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였다.

올해도 프리즈 서울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눠져 개최됐다. 전세계 리딩 갤러리를 비롯해 주요 갤러리가 참여하는 메인 페어와 20,21세기 미술사의 주요작품을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 아시아 신생갤러리(창업 12년이하)가 참여하는 '포커스 아시아'로 구분된다. 또 3회에 접어들며 프리즈 필름, 뮤직과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추가됐고, 토크 프로그램도 보강됐다. 프리즈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인 최고은의 설치작품이 페어장 초입에 설치됐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올해 프리즈서울의 특징은 한국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PKM갤러리는 외국 작가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한국의 추상거장 유영국(1916~2002)의 대표작 중 한 점인 'Work'(20억원에 판매)를 전면에 내세웠고, 새롭게 영입한 조각가 정현(68)의 두상 조각과 콜타르 드로잉을 부스 초입에 설치했다. 정현의 조각 중 검은 브론즈 두상(2680만원)은 국내의 유력 아트컬렉터가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정현(Chung Hyun)의 작품 '무제(Untitled)',1998,Painted bronze,46x25x34cm,Ed:1/6.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2024.09.07 art29@newspim.com

2024 프리즈서울은 해외 주요미술관의 관장과 유명 큐레이터들의 참관이 늘었고, 해외 컬렉터 유입도 증가해 글로벌 아트페어로서의 면모를 다지고 있다. 마이클 고반 LA카운티미술관(LACMA) 관장, 제시카 모건 뉴욕 디아비컨 관장이 페어를 찾았고, 인도 출신의 세계적 작가 수보드 굽타, 미국의 인기작가 KAWS가 내한했다.

한편 국내외 주요 갤러리는 오프닝 첫날 만족할만한 판매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글로벌 리딩갤러리 중 VIP개막일의 세일즈 현황을 가장 적극적으로 공개해온('세일즈 리포트'를 내지않는 화랑도 많다) 스위스의 하우저앤워스는 올해는 에이버리 싱어의 'Free Fall(2024)'을 7억7150만원에, 헨리 테일러 인물화를 6억380만원에, 앙헬 오테로의 회화를 3억8300만원에 판매했다.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이 시작된 니콜라스 파티(44)의 작품도 프리즈 부스에 나왔는데 삼면화인 'Triptych with Red Forest'(2023)는 4억7000만원에 아시아 컬렉터에게 팔렸다. 해외에서 날로 인기가 상승 중인 앤제이 스미스의 회화는 2억8000만원에 판매됐고, 캐서린 굿맨과 엠베라 웰맨, 플로라 유크노비치 작품도 첫날 팔렸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하우저앤워스가 올 프리즈서울에 출품해 VIP 개막 첫날 아시아 컬렉터에게 35만달러(한화 약4억7000만원)에 판매한 니콜라스 파티의 삼면화 조각작품. 'Triptych with Red Forest', 2023. Oil on copper and oil on wood. Open:31x49x6.5cm. [사진=하우저앤워스] 2024.09.05 art29@newspim.com

하우저앤스의 제임스 코흐(James Koch) 파트너는 "올해 프리즈서울에서 우리는 기대 이상의 판매를 이뤘다. 한국과 아시아의 주요 컬렉터들이 작품을 수집했는데, 그들의 탄탄한 정보력과 뛰어난 안목에 감탄했다. 우리 화랑 소속작가인 니콜라스 파티가 호암미술관에서 멋진 개인전을 시작했고, 엠베라 웰맨의 작품이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되고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 여러 뮤지엄 관계자들과 멋진 대화를 나눴고, 새로운 인연도 많이 만들었다. 서울의 미술환경는 정말 활기차고 역동적이다"라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아카데믹한 화랑으로 꼽히는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한국계 작가 아니카 이의 조각과 평면작품으로 부스에 별도공간을 조성해 주목을 끌었다. 특수섬유와 실리콘, LED에 모터와 마이크로 콘트롤러를 장착해 움직이도록 한 아니카 이의 조각 '래디얼 센세이션'은 첫날 2억6800만원에 판매됐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살보의 회화도 부스를 장식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살보의 작품은 각각 5억, 2억원에 첫날 판매완료됐다.

글래드스톤 부스에는 또 최근 전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인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과 회화, 수채화가 여러 점 나와 모두 판매됐다. 미국의 팝아티스트 키스 해링의 드로잉도 각각 1억6800만원에 팔렸고, 이스탄불 출신의 미국 여성 작가 하얄 포잔티의 대형 회화도 컬렉터들의 관심을 모으며 완판됐다.

[서울=뉴스핌]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랑인 타데우스 로팍이 프리즈서울에 선보인 다니엘 리히터의 작품 'A Pleasure Drowning' 2018. 캔버스에 오일. 210x170cm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9.05 art29@newspim.com

미국의 최강 갤러리인 가고시안은 사빈 모리츠, 릭 로웨, 데릭 애덤스, 어스 피셔, 에드 루샤, 무라카미 다카시 등의 작품을 프리즈서울에 들고와 대부분 판매했다. 지난해 리움미술관에서 대대적인 개인전을 가졌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쇼킹한 금속 작품을 부스 전면에 내세워 SNS 포토스폿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페이스 갤러리도 화려한 라인업을 보여주었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조각 'LOVE'(7억3700만원)를 부스 전면에 설치했는가 하면 로버트 나바의 페인팅(2억400만원)과 카일라 매닝의 회화(1억3400만원)를 중앙에 내걸었다. 이들 작품은 개막 첫날 판매됐다. 카일라 매닝은 서울 마곡동의 스페이스K서울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어 더욱 시선을 끌었다. 또 오카자키 켄지로의 회화(1억700만원), 미카 타지마의 작품(8700만원), 메이샤 모하메디의 신작 회화(8700만원) 등 중간 가격대 작품도 대부분 판매를 완료했다. 

[서울=뉴스핌] 올해 프리즈서울 메인 섹터에 첫 진입한 성북동의 BB&M이 선보인 우정수 작가의 신작 페인팅 'The Table #5',2024.캔버스에 아크릴릭, 162x130cm.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9.05 art29@newspim.com

올해 프리즈서울 메인 섹터에 첫 진입한 서울 성북동의 BB&M 갤러리에서는 우정수 작가의 페인팅이 눈길을 끌었다. 거대한 테이블에 둘러앉은 다양한 시대,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 공중을 부유하는 엉뚱한 도상들과 어우러지며 각축을 벌이는 작품은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을 한껏 보여준다. 우정수는 국내외에 팬들이 많은데 작품 속에 깃든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와 거침없는 표현력이 특징이다.

독일 베를린 기반의 에스더쉬퍼 갤러리는 아트페어에서 부스를 가장 획기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꾸미기로 유명하다. 올해 역시 부스 구성이 특별했다. 필립 파레노의 조명 설치, 피에르 위그의 조각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인 피에르 위그의 작품 'Idiom'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에스더쉬퍼 갤러리가 올해 프리즈서울에 출품한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작품 Idiom, 2024 [사진=에스더쉬퍼] 2024.09.05 art29@newspim.com

미국의 유력 화랑 데이비드 즈워너는 일본이 낳은 유명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호박' 페인팅과 호박 조각, 그리고 폴카 도트 페인팅을 선보여 시종일관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쿠사마의 '호박' 페인팅은 프리즈서울에 나온 작품 중 가장 가격대가 높은 작품이나 아직 판매되지 않은 상태다. 즈워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와 로버트 라이먼,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오스카 뮤릴로 등 걸출한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내놓으며 역량을 과시했다.

오스트리아 화랑인 타데우스 로팍은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와 마르타 융바르트의 작품을 부스 중앙에 내걸었다. 바젤리츠의 작품은 15억원에, 융비르트의 회화는 4억4500만원에 팔렸다. 로팍은 최근 한국의 이강소와 전속계약을 맺었는데 그의 회화를 2억원대에 판매했다. 또 톰 삭스, 데이비드 살레, 정희민의 작품도 관심을 모았다. 이들 작품은 각각 4000만~6000만원에 팔렸다.

미국 갤러리인 리만 머핀은 오는 10월 프리즈런던의 '프리즈 마스터스'에서 선보일 김윤신(89)의 회화와 조각을 내놓았다. 또 소속 작가인 이불과 서도호의 신작이 큰 관심을 모았다. 서도호의 신작은 넉점이 모두 팔렸고, 이불의 회화 연작은 각각 2억5000만원과 2억8200만원에 판매됐다. 

[서울=뉴스핌] 미국의 폴라 쿠퍼 갤러리가 프리즈서울에 출품한 미국 조각가 Paul Pfeiffer(폴 파이퍼)의 'Incamator(Pampanga)' 목조각 설치. 2024. 글로벌 미술매체 '아트뉴스'는 이 작품을 선보인 폴라 쿠퍼 부스를 '2024 프리즈서울 중 가장 뛰어난 부스'의 하나로 꼽았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9.05 art29@newspim.com

또다른 미국 화랑인 폴라 쿠퍼는 프리즈서울에 미국의 조각가 폴 파이퍼(Paul Pfeiffer)의 드라마틱한 설치작품으로 벽면 전체를 꾸며 눈길을 끌었다. 'Incamator(Pampanga)'라는 이 목조각 설치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바디(body), 왼쪽 팔, 오른쪽 팔, 다리, 토르소, 두상으로 (무엄?하게도) 해체한 작품이다. 금년도 프리즈서울 출품작 중 가장 많은 함의를 품고 있는, 만만찮은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 정상의 아트컬렉터이자 미술계 영향력 1,2위를 다투는 프랑수아 피노(88)의 컬렉션에도 폴 파이퍼의 이 계열 작품인 '마닐라'가 포함돼 있다. 피노 명예회장은 파이퍼의 이 무엄한 작품을 2024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자신의 뮤지엄에서 선보인바 있다(피노의 컬렉션은 서울 강남의 송은에서 '피노 컬렉션'이란 타이틀로 전시가 막 시작됐다. 부르스 드 커머스에서 선보였던 작품 중 피노의 수집작 일부가 서울에 왔는데 하나같이 의미심장하고 빼어난 작품들이다.프리즈서울에 맞춰 개막한 전시 중 이 전시는 단연 최고다. 하나를 더 꼽으라면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엘름그린앤 드라그셋:Space'전을 꼽겠다).

이번 프리즈서울을 둘러본 글로벌 미술매체 '아트뉴스'의 특파원은 이 작품을 선보인 폴라 쿠퍼 부스를 '2024 프리즈서울의 뛰어난 부스' 중 가장 첫번째로 꼽았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화이트큐브가 프리즈서울에 선보인 모나 하툼의 '정물'(Still Life-medical cabinet III),2024.Hand-blown glass, steel and glass cabinet 44.5x41.5x23.5cm ©Mona Hatoum. ©White Cube 2024.09.07 art29@newspim.com

영국을 대표하는 화랑인 화이트큐브가 부스 한켠에 살그머니 설치한 모나 하툼의 작품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메디슨 캐비닛'이라 명명된 이 약장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레바논 작가로 런던서 활동 중인 모나 하툼의 신작이다. 모나 하툼은 이주민과 여성, 사회적 약자에 가해지는 억압과 소외 등을 영상작업과 조각, 사진및 회화를 통해 표현해온 작가다. 출품작 '정물-메디칼 캐비닛'은 하얀 약장 속에 일일이 입으로 불어 만든 색색의 유리조각을 설치한 작품으로, 살상무기인 수류탄 등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역설이 폐부를 찌른다. 모나 하툼은 지난 2020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비디오 작품을 선보인바 있다.

올해 프리즈서울의 특징은 한국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PKM갤러리는 외국 작가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한국의 추상거장 유영국의 대표작 중 한 점인 'Work'(20억원에 판매)를 내세웠고, 새롭게 영입한 조각가 정현(68)의 두상 조각과 콜타르 드로잉을 부스 초입에 설치했다. PKM갤러리는 십여년 전부터 한국 조각계의 거장 권진규의 에스테이트를 관리하며, 권진규 작업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있는데 이번에 현대조각계 2세대 주요 작가인 정현을 소속 작가로 영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PKM갤러리는 오는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2024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에 정현의 조각들로 '서베이(Survey)' 섹터에 참여할 예정이다. 서베이 섹터는 2000년 이전에 제작된 미술품을 모아 특별전을 선보이는 섹터다. 한편 이번 프리즈서울의 정현 출품작 중 검은 브론즈 두상('Untitled')은 국내의 유력 아트컬렉터가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품가는 2680만원.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우손갤러리는 올해 프리즈 마스터스를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화가 이명미(74)의 작품으로 솔로부스를 꾸몄다. 이명미, '랜드스케이프'. 1992. 캔버스에 아크릴릭.150x150cm.[사진=우손갤러리] 2024.09.07 art29@newspim.com

지난해 최병소의 작품으로 프리즈 마스터스 섹터에 참가했던 우손갤러리는 올해는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화가 이명미(74)의 작품으로 솔로부스를 꾸몄다. 국내 미술시장이 단색화와 추상작품으로 초강세를 보이던 시기에도 이명미는 자신만의 신명나면서도 흥겨운 조형세계를 견지해왔다.

이번 프리즈 마스터스에 나온 1992년 작품인 '랜드스케이프' 연작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나무, 동물, 집 그리고 문자를 강렬한 원색과 함께 자유분방하게 믹스하며 진솔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잿빛 일색의 현대인의 삶에, 작가의 밝고 힘찬 페인팅은 현실에서 한 걸음 떨어져 싱그런 낭만에 슬쩍 빠져보게 한다. 한편 2024 프리즈서울은 9월7일 막을 내린다. 9월8일까지인 키아프서울 보다 하루 먼저 끝나는 셈이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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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논술 효력정지' 이의신청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을 정지한 법원에 연세대학교가 다음달 13일 합격자 발표 전까지 본안소송 판결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연세대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가처분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며, 입학시험 관리와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야기한 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입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법원의 최종 판결을 최대한 신속히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절차적 이의신청을 제기했다"고 했다.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도중 한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일찍 배부돼 문제 사전 유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의 모습. [사진=뉴스핌DB] 이어 "이는 이번 논술시험에서 제기된 의혹과 무관한 다수의 수험생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본안 소송의 판결 결과 및 기일에 따라 후속 절차 등 2025학년도 대학 입시를 온전히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부장판사 전보성)는 15일 수험생 18명 등 총 34명이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논술 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해당 전형은 집단 소송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입시 절차가 중단된다. 이번 결정으로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 계열 논술 시험은 판결 선고가 이어질 때까지 합격자 발표가 중지될 전망이다. 다만 재판부는 '재시험 이행'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연세대 측은 가처분 결과가 난 당일 재판부에 이의신청서와 이의신청에 대한 신속기일 지정신청서를 제출했다. hello@newspim.com 2024-11-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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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전자' 밀리자 7년만의 결단..."회장님 감사합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한 때 주가가 4만원까지 밀렸던 삼성전자가 결단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별 다른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7년 만에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매입 규모는 모두 10조원으로 향후 1년간 분할 매입하기로 했다. 지난 6월말 기준 425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은 우선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스핌DB] 삼성전자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향후 1년간 총 10조원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 이 중 3조원의 자사주는 3개월 내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오는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장내 매수 방식으로 매입해 소각할 계획인 자사주는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다. 나머지 7조원 어치 자사주에 대해서는 자사주 취득을 위한 개별 이사회 결의 시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활용 방안과 시기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4일 4만9900원으로 장을 마치며 끝내 '4만전자'로 추락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대를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6월 15일 이후 4년 만이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00조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8월 8만원을 넘어서며 '10만전자' 기대감을 밝혔던 삼성전자 주가는 뚜렷한 반등의 기회 없이 속절없이 떨어졌다. 특히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매도한 영향이 컸다. HBM 경쟁력 확보에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대한 불안 심리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5만7000원선을 유지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3거래일 만인 지난 13일 5만600원까지 밀렸다. 트럼프가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의한 보조금 지원에 부정적인 데다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무엇 보다 삼성전자의 자체 경쟁력 상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 3분기 시장기대치를 밑도는 3조8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파운드리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고 일회성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낸 이유다. 15일 삼성전자 주가는 다행히 반등에 성공해 하루만에 '4만전자'를 탈출했다. 이날 주가는 전날 대비 7.21% 반등해 5만3500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4만전자'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성난 주주들을 달래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7년 만에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15년에도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3개월간 1회차 규모로 4조2000억원어치를 매입하기로 했다. 자사주 매입 계획이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한 주식토론 커뮤니티에는 "이재용 회장님 감사합니다"라며 추가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달라는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 계획이 너무 늦었다는 의견도 있다. "'6만전자'가 무너졌을 때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으면 이렇게 미끄러지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자사주 매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근원적인 기술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정된 올 연말 인사에서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으로 삼성전자의 쇄신 의지를 시장에 확실하게 심어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syu@newspim.com 2024-11-1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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