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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정학(地政學)에서 기정학(技政學)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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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좌관 윤미혜

지리적·공간적·지형적 한계를 뛰어넘어

포르투갈의 엔히크는 서아프리카와 대서양 개척을 이끌며 포루투갈의 '대항해 시대'를 연 사람이다. 엔히크는 해양 탐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면서 천문대를 세우고, 연구소 안에 항해사와 천문학자, 지도제작자, 조선업자 등을 모아 과학적인 탐사를 시작했다.

그 전의 포루투갈은 서유럽의 변방국가로 사방이 막혀 있어 지정학적으로 영토 확장과 대외 무역 등에 불리한 조건을 가진 나라였다. 그러나 엔히크 덕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지리적·공간적·지형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과거 포르투갈의 역사가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 역시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작은 반도국가에 태어나 외세의 잦은 침략을 받아온 민족이다. 다만 나의 자손들만큼은 강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기를 갈망한다.

국회 보좌관 윤미혜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번영을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날 힘과 지혜는 '기술'에서 나온다. 지정학(地政學) 시대에서 기정학(技政學)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기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제관계가 재편되면서 이에 맞춰 글로벌 연합전선이 구축되고 있다.

 21세기 가장 강력한 주권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이제는 과학기술이 안보이자 외교인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글로벌 반도체 공장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과연 전쟁이 일어났을까. 대만에 TSMC가 없었다면 대만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미국 바이든과 독일의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방한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였다. 대한민국의 세계 1위 반도체 기술이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 기술식민지가 아닌 기술패권국으로 우뚝 서야

영원한 1등은 없다. 과거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상위 10개 기업 절반 이상은 일본 기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한 개의 일본 기업도 찾아볼 수 없다.

이미 강력한 힘을 가진 강대국들이 앞다퉈 막대한 지원금과 세제 혜택을 쏟아부으며 자국 기업을 육성하고 해외 기업을 불러들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비록 지금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가 세계 최고라곤 하지만, 언제든 1등 자리는 뺏길 수 있다.

아시아의 작은 반도 국가가 또다시 신기술식민지로 전락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인 것이다.

일본 구마모토에 들어선 대만 TSMC 공장은 당초 5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0개월만에 초스피드로 완공됐다.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공장은 2년 만에,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삼성전자 공장은 불과 1년 만에 완료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은 어떠한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부지 선정부터 가동까지 7년이나 소요됐다. 정부의 무관심과 주민 간 갈등이 조정되지 못하면서 하세월을 보내야 했다.

경쟁국들은 직접 정부가 나서 각종 인센티브로 건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쏟아부으며 글로벌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에 공장을 지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최근 중국은 사상 최대 금액인 64조원의 3차 반도체투자기금을 발표했는데 이는 1차와 2차를 합친 금액을 뛰어넘는다.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에 맞춰 이미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위한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파격적 지원과 투자로 과학기술패권국가 비전 보여줘야

바야흐로 과학기술패권전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국제사회의 전장이 기정학(Tech-Politics)으로 재편되면서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비전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각국이 이렇게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뒷걸음질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우리 의원실에서 발의하고 추진했던 <K-칩스법(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되면서 세제 지원이 확대되었고 정부의 역할도 강화되었다. 또한 국회 첨단산업특별위원회가 상설화되면서 정쟁이 아닌 국익을 위해 여야가 힘을 합칠 수 있는 운동장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국회에서 K-칩스법의 연장을 위한 논의가 미뤄지며 그나마 있던 세제 혜택마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첨단산업특위 역시 1년간 회의 시간이 채 5시간이 되지 않는 등 유명무실한 특위로 전락했다.

약 600여 년 전 포르투갈이 과감한 과학기술 투자로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강대국이 되었듯이, 우리나라도 과학기술패권 전쟁에서 반드시 승자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과 정부, 22대 국회의원 당선자들께 간곡히 요청한다. 오직 국민과 국익을 위해 '대화와 타협, 공존과 통합'이라는 정치 본령을 되살려 주시길 부탁드린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국회에서는 제발 '정쟁'이 아닌 '정책'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국회 윤미혜 보좌관은=정치외교학과 북한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국회 보좌관으로 근무 중이다. 주로 과학기술 및 산업 분야 국회 상임위에서 활동했으며, '과학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신념으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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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ope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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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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