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신종 사기와 유사한 방식
추적 어려운 문화상품권 요구하기도
신분증 위조계정, 신고 거의 안 들어와 수사도 힘들어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보증금 80만원은 따로 주셔야 합니다."
신분증 위조 행태를 취재 중인 본지 기자가 위조 신분증 값으로 10만원을 입금하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보증금을 왜 따로 달라고 하는지 묻자, 기자나 경찰에게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80만원은 없다고 하자 50만원까지 깎아줄 수 있다며 흥정까지 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신분증 위조업자와 나눈 대화 내용. 2024.06.12 hello@newspim.com |
12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신분증을 위조해주겠다고 한 후 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들은 피싱 범죄와 유사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소액의 돈을 볼모로 삼고 추가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추가 입금만 이뤄지면 원금까지 돌려주겠다고 기망하기도 한다. 위조신분증 업자는 "한 시간 후에 다른 사고 문제가 없으면 다시 돌려받는다"고 말했으나, 원금을 돌려달라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다른 업자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문화상품권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가 3만원짜리 문화상품권을 결제한 후 핀번호를 전달하자 해당 계정은 기자를 즉각 차단했다. 문화상품권 핀번호만 있으면 인터넷 사이트에서 현금화가 가능하고, 게임 머니로 돈세탁이 가능하다 보니 돈을 되돌려 받기 어렵다.
술·담배를 구입하려는 청소년들이 위조신분증 제작을 부탁하면서 관련 사기도 횡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의 민증 위조 관련 계정들은 '사기 걱정 NO, 국내유일 직거래' '다른 업자한테 구매해서 사기당하지 마시고 저한테 오시라' 등의 홍보 문구를 달고 있다. 이러한 계정은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19세 미만의 문서·인장 범죄 피의자는 2021년 656명, 2022년 875명에서 지난해 1229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현업에서는 위조 신분증 계정을 수사한 전례는 많지 않다. 사실상 신고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 데다가 위조 신분증을 행사한 청소년 당사자를 조사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신분증 위조를 부탁한) 청소년 본인이 불법행위를 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소액 사기라서 경찰에서 직접 인지해 수사에 들어가기도 어렵다.
현재로서는 위조 신분증 계정에 대한 처벌 규정도 모호하다. 구매자를 기망해 돈을 빼앗았다면 사기로 처벌할 수 있겠지만, 모바일 신분증을 만들어 공유할 경우 현재로서는 문서위조죄로 규율할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 주소지를 넣어 만든 모바일 신분증은 이미지 파일이라 문서로 취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청소년들이 모바일 신분증을 사용하는 사례가 단속이 많이 되고 있는데, 적법한 신분증만 사용할 수 있도록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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