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SSG닷컴 등 새 주인 찾아
조 단위 매물 M&A시장에 쏟아져
장밋빛→잿빛...FI 투자금 회수나서
'비상경영' 유통가, 시장 소화 관심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인수합병(M&A) 시장에 유통기업들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장밋빛 전망을 그리며 유통시장에 뛰어든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일제히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선언하면서다.
유통 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오프라인 시장이 쪼그라들었고, 온라인 시장마저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며 후발주자들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 새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단장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목동점 [사진=홈플러스] |
◆홈플러스 덩치 커 '슈퍼마켓'부터 분리매각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M&A시장에 유통기업들의 매물이 쏟아지며 매수자가 나타날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분리매각을 추진 중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우선 매각키로 하면서다.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매수자를 찾고 있다.
관심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가치다.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투자 만기를 앞두고 엑시트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9월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보다 더 많은 금액을 회수해야 하지만 침체를 겪고 있는 대형마트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판단에 '쪼개기' 매각에 돌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2023년 3월~2024년 2월) 기준 8조7854억원. 이 중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몫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공개돼 있지 않다. 다만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지난해 전체 매출(6조9315억원)의 17% 수준인 1조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출 비중으로 따지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자산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관건은 최소 1조원이 넘는 매물을 구매할 수 있는 매수자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경쟁 SSM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GS더프레시의 경우 모회사들의 사정이 대부분 좋지 못하다. 이마트, 롯데쇼핑, GS리테일이 모두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해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에 나선 상황. 대규모 투자가 부담스러운 상태다.
◆SSG닷컴에서도 철수하는 FI, 연말까지 새 투자자 찾아야
사실상 또 다른 재무적 투자자(FI)를 찾아야 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강력한 경쟁자도 등장했다. 신세계그룹이 대략 1조원 수준의 SSG닷컴 지분 30%의 새 주인 찾기에 나서면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4일 SSG닷컴에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 30%를 올해 말까지 신세계그룹이 정하는 제3자에게 매도하는 내용이다. FI들은 SSG닷컴이 호실적을 내고 기업공개(IPO)까지 진행할 것을 기대하고 투자했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자금을 회수하려 했고, 협상 끝에 신세계가 새 인수 대상자를 마련해 주기로 했다.
5일 진행된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의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에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왼쪽)와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세계] |
신세계그룹 입장에서 새 투자자 구하기는 절박한 상황이다. 연말까지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신세계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마트가 희망퇴직을 단행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돼 있어서다.
문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SSG닷컴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의 물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CJ대한통운과 손잡고 경쟁력 회복에 나선 모양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5일 CJ그룹과 포괄적인 사업제휴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SSG닷컴의 쓱배송과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시스템 운영의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이 맡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김포 NEO센터 두 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다. 물류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면 SSG닷컴은 그로서리에 힘을 쏟아 특화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모기업도 포기' 11번가, 여전히 새주인 찾는 중
11번가 역시 FI의 엑시트 목적으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11번가의 모회사 SK스퀘어는 FI 지분을 되사야 하는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11번가는 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 주도 하에 재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FI 컨소시엄은 지난 2018년 5000억원을 투자해 11번가 지분 18%를 확보했다. 최소 5000억원 이상이어야 딜이 성사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공식적으로 M&A시장에 나온 지 시간이 흘렀지만 적극적인 매수자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앞서 큐텐이 인수 의사를 밝혔으나 현금이 아닌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딜을 제안해 무산된 바 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