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동에서 철수한 전세피해지원 상담소
고영일 신월1파출소 경사가 활성화
2021년 지역 안전 경찰관 시작으로
자전거 절도부터 화재까지 미연에 방지
주특기 종목 '범죄예방'으로 삼겠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전세사기는) 2025년 상반기까지 계속 생길 텐데…"
지난 4월, 양천경찰서 신월1파출소 고영일 경사가 지역 공인중개사를 직접 찾았을 때 들은 얘기였다. 신영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들은 주민들의 민원은 단순히 푸념이나 넋두리가 아니었다. 중개사는 "신월 1동 주변에 필로티 구조의 신축 빌라가 많이 건설되면서 거주민 대상으로 피해가 심각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지역에는 전세피해지원 상담소가 없어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기 힘들었다.
고 경사는 피해자들을 위해 직접 움직였다. 관련 과에 공문을 보내 주민들의 피해를 알리고, 다른 지역에 있는 전세피해지원 상담소에 피해자들을 연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세사기 유형을 알리는 유인물을 4000여장 제작해 지역에 나누기도 했다. 피해지원센터를 활성화시킨 공으로 고 경사는 이번에 서울청장 표창장을 받을 예정이다.
고영일 신월1파출소 경사와 팀원들이 서서울호수공원 예방순찰을 도는 모습 [사진=본인제공] |
◆자전거 절도부터 화재까지 방지…'범죄예방' 경찰의 면면
경찰은 범인을 쫓는 모습으로 알려져 있지만, 범죄를 막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환경을 개선하기도 한다. 고 경사가 맡은 '범죄예방대응'이 여기에 해당한다. 고 경사는 지난 2021년 지역 안전 경찰관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범죄예방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막내였던 고 경사는 도보 순찰부터 시작했다. 직접 발로 뛰며 주위를 돌아보는 습관이 잡힌 건 그때부터였다. 순찰차를 타고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도보 순찰 때는 눈에 들어왔다. 좁은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범죄 취약지를 발견하는가 하면, 며칠째 시동이 걸려 있는 차를 포착해 화재를 막기도 했다.
날카로운 눈썰미로 문제를 발견하기도 한다. 한 중학교 앞에서 일어난 자전거 절도 수사 서류를 작성하다가 고 경사는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이전에도 두어번 비슷한 서류를 쓴 적이 있었던 것이다. 사건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3년간의 자료를 전부 뒤졌고, 자전거 절도 17건이 똑같은 장소에서 발생했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고 경사가 공문을 보내고 해당 지역에 CCTV 두 대가 설치됐다. 그 지역에서 절도 신고 접수가 두 번 다시 들어오지 않은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 "사건에 대한 관심이 '비결'…전문가로 성장하고파"
주위에서는 범죄 취약지를 찾는 데 도가 튼 고 경사를 '귀신같다'고 부른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범죄예방 분야에서만 낸 성과가 스무 가지를 넘기는 데다 2022년도에는 특진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고 경사는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112 신고가 접수된 후 사건과 관련해서 관심을 가지면 된다"며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궁금한 것은 양천구청에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고 경사는 "실제로 변장을 한 후 내가 범인이고 현장에서 도망간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부분이 가장 장애물이 될까 생각도 한다"며 "현장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CCTV나 비상벨 등 필요한 지역을 찾게 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고 경사의 목표는 범죄예방 대응 전문 경찰관이다. 전문성을 기르고 싶어 재직 중인 현재도 사이버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근본적인 증후군이 해결될 때마다 그 결과물이 내 자식처럼 느껴진다"며 "부서에서 주특기 종목을 가지라고 하는데, 범죄예방 분야에서 공부해서 근무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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