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플레이, 빌리 조엘, 테일러 스위프트 내한 무산
5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대형공연장 전무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카카오 아레나도 건립 난항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달 24일 빌리 조엘이 일본 도쿄돔 무대에 섰다. 도쿄돔을 가득 메운 5만5000여 명의 팬들은 빌리 조엘의 주옥같은 레퍼토리를 감상하면서 뜨거운 겨울밤을 보냈다. 빌리 조엘은 자신의 히트곡인 '피아노 맨'과 '업타운 걸'등을 불러 일본 팬들을 열광케 했다.
[서울 = 뉴스핌] 빌리 조엘 일본 도쿄돔 공연 포스터. [사진 = 빌리 조엘 페이스북 캡처] 2024.02.15 oks34@newspim.com |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는 4회 공연이 모두 매진됐다.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라는 별칭답게 일본 도쿄가 떠들썩한 공연이었다. 3시간 20분 동안 40여곡을 홀로 쉬지 않고 노래를 불러서 스위프트이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공연이 끝나지마자 8,000㎞를 날아가서 NFL(미 프로풋볼) 결승전인 수퍼볼을 관람했다. 자신의 애인인 캔자스시티 소속 선수 트래비스 켈시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전용기를 타고 이동해서 때 아닌 탄소배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호주, 싱가포르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10년 안팎의 대형 스타의 내한 공연을 주도해온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도쿄로 날아가 공연을 보면서 내한공연 불발의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해 11월 콜드 플레이 역시 도코에서 공연했을 뿐 한국까지 오지 못했다. 이들 공연이 도쿄돔에서 펼쳐질 때마다 열성 한국 팬들은 티켓을 구해서 일본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 = 뉴스핌] 테일러 스위프트 앨범 재킷. 2024.02.15 oks34@newspim.com |
왜 대형 팝스타의 '코리아 패싱'이 계속되고 있을까? 앞으로도 대형스타들이 한국 땅을 밟는 건 불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이다. 현재 국내에는 5만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다. 5만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던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이어서 2026년에나 다시 문을 연다. 그나마도 공연 중심의 시설과는 거리가 멀어서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상암 경기장은 잔디보호와 축구경기 일정 등을 이유로 임대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잔디보호를 위해 들어가는 억대의 비용 등 제작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공연제작자들의 하소연이다. 고척돔이 있지만 역시 임대가 까다롭고, 음향과 접근성 때문에 공연장소로도 적합하지 않다.
국내 공연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형 공연장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도 현재로서는 지지부진이다. 서울시와 카카오가 서울 창동에 건립예정이던 서울아레나도 지난해 말 돌연 착공식을 연기한 이후 뚜렷한 진척이 없다. CJ그룹이 고양시에 건립 예정이던 CJ라이브시티 아레나도 지난해 공사가 중단된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서울 = 뉴스핌] 콜드 플레이 앨범 재킷 사진. 2024.02.15 oks34@newspim.com |
오랜 시간 공연업계에서 일 해온 ㄱ씨는 "대형 팝스타들의 공연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K-POP 스타들의 공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최근 싸이를 비롯해서 대형 K-POP 그룹, 여름시즌의 페스티벌들이 공연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봄부터 가을까지 야외공연을 위해 공연부지를 확보하려고 해도 소방법, 건축법 등등 오만가지 법들이 앞길을 막는다"면서 "K-POP은 물론 팬들의 음악 관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비해 공연환경은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공연업계에서는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적극 나서서 '코리아 패싱'이라는 문화적 고립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POP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도 걸려 있는 문제다. 문화가 곧 국력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각종 규제와 제한을 풀어서 마음 놓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 확보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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