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은 들지만 검사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업무상 알게 된 신설역 추진 계획 정보를 활용해 신설역 예정지 인근에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안양시의원 부부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안양시의원 A씨와 그의 남편 B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안양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위원장이던 지난 2017년 6월 당시 안양시 '월곶-판교 복선전철'(월판선) 간담회에서 사업추진계획을 듣고 B씨로 하여금 신설역 예정지 인근에 있는 토지 및 건물을 매수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당시 간담회는 이 사건 신설역을 포함해 단순히 의견만 논의하는 자리였고 신설역 위치가 변경될 가능성도 컸으므로 당시에는 해당 정보가 비밀에 해당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2017년 7월 중순 이전에 이 사건 신설역에 대한 정보는 공적으로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으며 신설역에 대한 정보가 알려질 경우 인근 지역 지가 상승을 유발하고 사업 추진과 관련해 복잡한 문제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시 신설역에 관한 정보는 구 부패방지권익위법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와의 협의안 내 구체적인 역 위치 등은 그 부근 소유자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다수의 민원을 야기할 수 있는 등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존재한다"며 "반드시 기본계획안이 확정된 상태의 정보만 비밀로서 중요성이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시의원 업무 중 취득하게 된 이 사건 신설역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여 배우자와 함께 부동산을 취득한 범행은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불법정보를 이용한 투기 조장으로 사회적 폐해가 상당하다"며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간담회를 통해 이 사건 신설역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이용하여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 신설역 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는 피고인 A가 신설역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기 전인 같은 해 4월경부터 해당 지역에서 매수할 주택을 물색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A가 신설역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고 B가 이 사건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신설역 정보를 전달하거나 부동산 매수 사실을 알렸음을 알 수 있는 뚜렷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신설역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세상승을 기대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것이라면 적어도 부동산의 위치와 현황, 매매대금 등 최소한의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핸드폰 통화기록, 문자메시지 등 어디에도 A와 B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음을 알 수 있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신설역에 관한 정보를 이용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jeongwon102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