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30여차례 찔러 피해자 사망
심신 미약 주장에 원심 판결 확정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술에 취해 생면부지의 주민을 잔혹하게 살해한 피고인이 심신 미약을 주장했으나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협박·폭행·업무방해 등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19년을 선고받은 손 모 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판결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손씨는 2022년 11월 25일 오후 6시께 인천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피해자 김모(사망 시 64세) 씨를 흉기로 30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사건 당시 아파트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신 뒤 신발을 잘못 신고 나와, 바꿔 신으려다가 일면식도 없는 김씨의 집에 잘못 들어간 뒤 시비가 붙자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손씨는 1990년부터 2014년까지 폭력범죄로 12회 처벌받은 전력과 2018년 알콜 사용 장애 선별검사(AUDIT)에서 알콜 중독자에 해당돼 치료를 받아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손씨는 범행 과정에서 재발성 우울병장애, 알콜 사용에 따른 정신 및 행동 장애로 심신 미약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동안 대법도 피고인이 범행을 기억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는 심신 장애의 상태로 단정할 수 없다는 선고를 해왔다.
1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상당히 잔혹하고, 그 자창 내지 절창의 크기나 깊이에 비춰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라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살인 사건과 별도로 손씨가 만취 상태에서 행인을 협박 및 폭행한 혐의로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손씨는 양형 부당 등을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판결을 병합해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으며, 사회적 유대관계나 경제적·사회적 지지환경이 갖추어지지 못해 재범의 위험도 높다"고 판시했다.
대법도 원심 판결을 정당하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심신 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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