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대행기관, 자료 전달자 이상 역할 할 수도
실손보험 적자 누적…의료계 반대에 선정 지연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비급여 의료 및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개혁을 언급한 후 실손보험 청구 전송대행기관(전송대행기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전송대행기관이 향후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를 막는 역할까지 맡을지 주시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됨에 따라 전송대행기관은 보험 계약자 요청이 있을 시 의료기관으로부터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받을 수 있다. 관련 서류는 진료비 계산서와 영수증, 진료비 세부 내역서, 진단서, 처방전 등이다.
전송대행기관은 보험업법에 따라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보내는 환자 진료 정보를 중간에서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하지만 전송대행기관이 단순 자료 전달자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의료계와 보험업계 시각이다.
전송대행기관이 사실상 '빅 브라더'가 돼 약 40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 가입자 진료 내역을 보며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진료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는 실손보험 적자와 건강보험 손실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보험사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연간 1조~2조8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실손보험 손익은 1조53000억원 적자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자료=금융감독원] 2024.02.05 ace@newspim.com |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전송대행기관이 되면 정부가 비급여 항목 진료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런 이유에서 의료계에서 심평원을 강력히 반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의료기관 진료 및 청구 내역이 법령과 각종 고시 등 심사 기준에 맞는지와 허위·부당 청구한 사실이 없는지 조사하고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와 관련 없는 보건복지부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TF) 참여 대상인 것은 결국 관치 의료와 실손보험 비급여 통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관련 법 시행령에 따라 공공성, 보안성, 전문성을 고려해 전송대행기관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의약계 등이 참여하는 TF도 구성했다. 정부는 당초 2023년말까지 전송대행기관을 확정한다는 목표였으나 차질이 생겼다. 의료계 반발 등으로 새해가 훌쩍 지난 2월 현재까지도 대상 기관을 정하지 못했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주제로 열린 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2024.02.01 photo@newspim.com |
의료계 반발로 심평원은 후보군에서 일찌감치 제외됐다. 보험개발원이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이마저도 이해 관계자 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보험개발원을 포함한 보험업 유관 기관은 보안성 등 중립성 유지가 어렵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보다 의료계가 전송대행기관 선정에 더 민감해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의료 남용을 부추기고 시장을 교란하며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비급여와 실손보험제도를 확실하게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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