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자구안 불이행 놓고 채권단 강력 비판
구체적 회생안 없어, 11일까지 확답 요구
'수준미달' 확인 시 피해 최소화 대안 마련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이 주채권금융단에서 나오고 있다. 약속한 자구안조차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후속 대책까지 마련하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자체가 무의하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11일까지 태영측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금융권에서는 워크아웃과 관련해 태영건설을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태영측이 사전에 약속한 4개 자구안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 '상식 이하 행위'라며 격양된 반응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사진=태영그룹] |
채권단 관계자는 "어제 설명회 현장에 참석한 직원 보고를 실시간으로 받으며 이게 뭔가 싶더라. 회사가 무너질 위기인데 창업주가 눈물로 호소했다는 거 외에는 새로운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워크아웃 진정성이 있나 의심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태영측이 채권단에 배포한 자료에는 기본적인 기업 소개와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 계기 등에 대한 설명만 담겼을 뿐 회생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자구안과 관련한 질의응답에서도 자세한 언급을 피해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전언이다.
현장에서 만난 PF 사업장 관련 채권자 역시 "구체적인 대안은 없이 계속 기회를 달라는 말만 반복해 답답해서 중간에 나왔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수천억원을 빌려준 은행은 물론, 상대적으로 소액이 잡혀있는 우리들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시행 조건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대금 태영건설 지원 등 태영측이 약속한 4개 자구안 이행을 내건 상태다.
현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됐으며 블루원 관련 자금 역시 태영건설이 아닌 지주사인 TY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하겠다는 방침이 나온 상태다.
이에 태영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순차적으로 태영건설에 지원될 예정"이라며 "TY홀딩스 채무 상환도 연대보증과 관련된 것으로 태영건설에 지속적인 자금 투입은 계속될 예정이다"고 해명했다.
워크아웃 시행 여부가 결정될 1차 채권단 협의회 개최 시점은 오는 11일. 채권단이 "진정성이 없다"며 강도 높은 비판은 내놓았지만, 약속한 자구안 이행 등 최소한의 조건만 요구하고 있어 이날 워크아웃 좌초 등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다만 향후 태영측이 제대로 된 자구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법정관리로 선회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에 핵심이 시장 피해 최소화라는 점에서 워크아웃 실효성이 떨어진다면 대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이미 정부가 부동산PF 위기에 대응해 85조원 가량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세웠다는 게 변수"라며 "각 사업장별로 맞춤형 지원을 하고 대체 사업자를 찾거나 협력업체에 금융 지원을 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 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건 태영건설 부도로 인한 시장 파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불성실 대응으로 워크아웃이 의미없다고 판단하면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건 당연하다. 결국 중요한 건 태영이 얼마나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오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