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여기 다른 성향의 검사들이 있다. 한쪽은 당시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들이댔고, 한쪽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무마하려 했다.
전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특수부 일부 검사들이고, 후자는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한 소위 '친(親)문' 검사들이다.
'정치 검찰'이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자주 쓰이게 된 계기는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때였다. 이 사건 수사를 기점으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 등 특수부 검사들은 '정치 검사'라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사회부 김현구 기자 |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이 아닌 바로 이 전 지검장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전 지검장의 책에 대해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지냈지만, 지금 검사들의 세상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검사 이성윤의 야생화 이야기'라고 추천했다.
이 전 지검장이 검찰 내 요직을 지낸 것은 맞다.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까지 더하면 이 전 지검장은 검찰 요직 '빅4' 중 3자리를 연달아 맡은 인물이었다. 이같은 인사를 한 인물이 바로 문 전 대통령이다.
이 전 지검장이 문재인정부의 '검찰 황태자'였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일각에선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었던 윤 대통령 이후 이 전 지검장이 사실상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돼 있었다는 말도 당시에 있었다.
이에 문재인정부는 이 전 지검장이 기소돼 피고인 신분으로 있음에도 사상 최초로 그를 고검장으로 영전시키기도 했다.
이 전 지검장도 보답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이 전 지검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 당시 중앙지검장으로 있었는데, 검찰 내부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기소 방안을 논의할 때 검찰 간부 중 유일하게 기소를 반대했고 수사팀의 기소 의견 보고서 결재도 거듭 미뤘다고 한다.
하지만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검찰이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려 했을 때도 이 전 지검장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이 여러 차례 기소 지시를 내렸음에도 그는 끝까지 승인을 거부했다.
결국 해당 사건은 차장 전결로 처리됐고, 최 전 의원은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아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이 전 지검장은 한 장관의 '채널A 검언유착 사건' 수사 때 수사팀의 9번에 걸친 무혐의 승인 결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 등 당시 검사들이 정의구현을 위해 정권 수사를 강행했는지,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미 승승장구하던 그들 입장에선 정권 관련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 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본인을 키워준 인사권자가 싫어할만한 수사를 하는 검사, 본인을 키워준 인사권자를 지키기 위해 수사를 막는 검사. 둘 중 정치검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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