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남 전 몽골대사, 직권남용 혐의 유죄
"부정 청탁 받고 담당 영사에 부당한 업무지시"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몽골의 기업 관계자로부터 비자 발급 청탁을 받고 담당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재남 전 주몽골 한국 대사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1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대사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정 전 대사는 몽골의 한 기업 부사장으로부터 비자 발급이 불허된 몽골인 A씨에 대한 비자 발급을 요청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당시 주몽골 한국 대사관의 비자 발급 업무량과 사증 발급 소요시기 등에 비춰볼 때 신속한 비자 발급 요청만으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A씨에게는 인도적 사유나 긴급한 외교적 목적 등 신속히 비자를 발급해야 할 사유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B씨가 비자 발급을 불허하자 결과 사전 보고 누락을 질책하면서 다른 방법이 없는지 문의했고, B씨로부터 재접수와 재심사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자 그렇게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며 "피고인으로부터 명시적인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B씨는 피고인의 질책에 상당한 압박을 받았고 (발급을) 허가하라는 취지로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에게는 A씨에 대한 비자 신청을 재접수하고 재심사할 의무가 없었다"며 "담당 영사가 비자가 불허된 신청인에게 연락해 신청서를 재접수하도록 요청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일 뿐 아니라 B씨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은 국가의 출입국관리업무를 교란해 불법 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대사관 공관 사무를 총괄하며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음에도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 죄질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비난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 전 대사에게 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 전 대사는 2018년 11월 몽골의 전통복장 제조업체 부사장으로부터 몽골인 A씨에 대한 비자 발급 청탁을 받고 담당 공무원에게 지시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로 2021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비자 발급 담당 영사로 근무하던 B씨는 A씨의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고 불법 취업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을 불허했으나 정 전 대사의 지시 이후 '원단 구매 목적'으로 비자를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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