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시차 악용, 유럽 응시 학생들에 유출
"美 대학입시 공정성 저해, 죄질 매우 불량"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돌려 유학생에게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영어 강사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서울 강남구 한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14년~2019년 해외 전문 브로커 및 외국어고 계약직 교사 등과 공모해 사전 유출된 시험지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학부모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SAT 시험이 시행되는 각 나라·지역별 시차로 인해 유럽 등에서 시행하는 시험이 같은 날 한국에서 치러지는 시험보다 평균 8시간 정도 늦게 시작하는 점을 악용했다.
A씨는 국내 고사장의 시험 감독관으로 일했던 외고 교사로부터 휴대전화로 몰래 찍은 시험지 사진을 받아 사전에 섭외한 다른 강사들에게 풀게 했다. 그는 이렇게 취합한 답안지를 영국에서 응시하는 학생에게 이메일로 보냈고 학부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미국 대학 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저하시키는 범행으로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2018년 12월 1일 SAT 시험은 피고인이 공범으로부터 사전 유출된 시험 문제지를 받아 학생들에게 전달해 숙지하게 한 후 응시하게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면서도 "공정하게 시험에 응하는 일반 시험 응시자들의 신뢰를 해하고 부정행위를 통해서라도 좋은 점수를 얻으면 된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그릇된 사회 풍토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업무방해죄의 성립, 증명책임, 공소사실의 특정, 불고불리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와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A씨의 공범인 계약직 교사는 징역 3년, 브로커는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