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낮추기 위한 정책으로 마진 극대화하는 제약사들
정확한 환자 및 시장 타깃 필요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제약업계에서 최근 허가(Regulatory), 임상(Clinical), 판매(Marketing)만큼 중요해지는 영역이 시장 접근(Access) 전략입니다."
유상민 파마벤처스(Pharma Ventures) 부사장은 지난 13일 서울에서 기자들을 만나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시장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의학계에 이를 어필하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즉 개발 단계에서부터 시장 지형을 면밀히 살펴 환자들의 니즈에 맞는 신약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지난 13일 유상민 파마벤처스(Pharma Ventures) 부사장이 서울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 바이오기업들의 기술수출 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11.15 hello@newspim.com |
유 부사장이 몸담은 파마벤처스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딜을 돕는 거래 자문사다. 7~8년 전부터 한국 기업들과 일하기 시작했다. 레고켐바이오의 경우 공동연구 자문을 진행했으며, 유한양행의 신약 '레이저티닙' 가치 평가에도 도움을 줬다. 최근에는 인투셀의 ADC 플랫폼 기술을 스위스 소재 기업에 기술이전하는 데 기여했다.
현장에서 다양한 업력을 쌓은 유 부사장은 최근 시장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봤다.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시작으로 약가를 낮추기 위한 정책들이 생기고 있다. 독일에서는 'GKV 금융안정화법'으로 제약사들이 자유롭게 약품에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고, 영국에서는 오는 2024년부터 2029년까지 기업과 협상해 약 26.5%의 이익만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할 방안이다.
이에 글로벌 빅파마들도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고려해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유 부사장은 "아무리 좋은 약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너무 비싸서 못 쓰거나, 급여가 너무 좁아서 실질적으로 쓸 환자가 없다면 약의 예상 수익(revenue)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글로벌 동향은 기술수출을 '잭팟'으로 여기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달 초 종근당은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추후 임상 및 판매 결과에 따라 계약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총 계약 규모로만 따지면 종근당 한해 매출인 1조4883억원을 넘어선다. 다만 성공적인 기술수출을 이루려면 파이프라인이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 종근당의 파이프라인은 노바티스의 주력 분야인 '심혈관대사성 질환'과 맞아떨어지면서도 희귀질환을 겨냥했다.
유 부사장은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할 때 협상 단계에서부터 얼마나 이익을 벌어들일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무것도 모를 경우에는 글로벌 제약사가 갑이 되고 한국 바이오텍은 을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술 수출을 단순히 '넘겨준다'고 여기기보다는 향후 개발 전략을 그리는 등 빅파마와 협업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는 "알츠하이머 약을 개발할 경우, 한국 회사들은 알츠하이머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두는 경향이 있는데 그 환자들을 전부 타깃할 수는 없다"며 "빅파마들은 바이오텍 기술수출 제안들을 1년에 몇천 개씩 받기 때문에 개발 전략을 그려준 회사에게 더 눈길이 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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