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보궐선거 져도 사퇴, 총선 져도 사퇴. 뭐만 하면 사퇴네"
지난 주말 만난 친구가 나에게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그 친구는 어차피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말을 할 것이 뻔한데 사퇴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며 "오히려 무책임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월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충격적인 참패를 겪었다.
김가희 정치부 기자 |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김태우 후보자 사면 전까지 국민의힘 내에서는 보궐선거에 무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사면 복권된 뒤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을 거쳐 김태우 후보자를 낙점했다. 당의 일관된 전략은 '힘 있는 여당 후보', '대통령과 핫라인이 있는 후보'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이후 지도부는 선거를 앞둔 7일 내내 강서구 유세 현장을 찾으며 김 후보자 지원에 총력을 쏟았다.
하지만 민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여론조사에서 김태우 후보는 단 한 번도 민주당의 진교훈 후보를 이기지 못했다.
본투표 종료 전부터 양당 캠프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8시경부터 후보자, 지도부 전체가 모여 기대에 찬 눈으로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반면 김태우 후보자 캠프에는 후보자 본인도 9시경이 되어서야 등장했고 일부 지도부는 잠시 들렀다가 금세 자리를 떴다. 당 3역은 참석하지도 않았다.
'총선 전초전',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린 선거였던 만큼 참패 후 혼란이 컸다. 선거 패배 다음 날인 지난 12일 당내에서 '임명직 당직자 사퇴론'이 불거져 나왔고 이틀 뒤인 14일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서면 공지를 통해 "당의 안정과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퇴가 수용된 후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있었던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를 중심으로 쇄신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이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은 김 대표 사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 은퇴로 책임지겠다"고 초강수를 던졌다.
사퇴가 혁신을 의미할 수는 없다.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 도망친 것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다음 단계가 중요하다.
진짜 혁신은 사퇴 이후 당을 어떤 모습으로 재건할 것인지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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