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효과 본격화+수요 회복 기대
4분기 또는 내년 본격적 실적 반등 전망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을 얼어붙게 했던 한파가 점점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주요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나타면서 D램 가격 하락세가 멈췄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연말쯤 D램 공급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격 반등과 업황 회복에 대한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글로벌 경기 위축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향은 확실해 보인다며 4분기부터 회복세가 눈에 띌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로고(위)와 SK하이닉스 로고(아래). [사진=뉴스핌DB] |
9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용컴퓨터(PC)에 탑재되는 D램 범용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전달과 같은 1.3달러로 조사됐다.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하던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선 것이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D램 제조업체가 PC 업체에게 제품을 대량으로 납품할 때 협상을 통해 조정한 금액을 말한다. 주로 반도체 업황과 수급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D램 가격은 지난 2021년 7월에 최고점인 4.1달러를 기록한 후 업황 악화로 인해 하락세를 지속했다. D램의 주요 수요처인 스마트폰이나 PC 등 IT 제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서버를 운영하는 주요 기업들도 투자를 줄였다.
반면 업황이 악화되기 전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생산능력을 높여 놓았다. 즉 공급과잉이 나타났고, 이는 재고 급증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을 크게 악화시켰다. 역대급 불황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앞서 D램 가격 하락세가 멈춘 것에서 보이는 것처럼 긴 불황의 터널이 끝나가고 있다는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D램 가격이 다음달 다시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시장을 과점하는 3개 기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량을 줄여왔기 때문이다. 공급 축소에 따라 삼성전자는 자사 D램 재고가 올해 2분기부터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을 46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2분기 기준 55조원 규모에서 9조원 정도 줄어든 수치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연말 기준 10조원 중반대로 추정된다. 2분기말 16조원 중반에서 6조원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주요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재고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4분기에는 수요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재고 감소와 가격 안정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연말쯤 D램 공급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동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손익분기점에 근접하기 시작하는 삼성전자의 D램 수익성은 '2차 감산' 효과가 공급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4분기부터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경우 하반기에도 하이엔드 제품에 대한 개선효과를 확인시켜줄 것"이라며 "공격적인 감산 기조에 따른 4분기 본격적인 메모리 가격의 상승에 따라 2024년 초 더욱 가파른 실적 상승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