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흉악 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과 법무부에서 '총기 등 물리력 사용을 주저말라'고 주문했으나 현장에서 실사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사건 관련자나 피의자 등 다칠 경우 경찰 개인에게 민형사상 책임이 지어지는 등 불이익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남=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오리역에서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경찰은 서현역 흉기난동에 이어 성남 일대에서 흉기난동 예고가 잇따르자 서현역, 야탑역, 오리역 등에 경찰력을 투입했다. 2023.08.04 choipix16@newspim.com |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7시쯤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30대 남성이 양 손에 흉기를 든 채 주변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3시간 가까이 정씨를 설득한 끝에 오후 10시5분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정씨가 흉기로 자신의 목과 가슴을 겨누며 자해하겠다고 위협하는 탓에 경찰은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사용하지 못했다. 정씨의 가방 안에는 흉기 6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를 두고 온·오프라인에선 '왜 흉기난동범에게도 총기나 테이저건 사용을 주저하냐', '칼부림이 매일같이 터지는데도 경찰 대응이 약해 불안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대치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해 피의자가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경찰에게는 최대 수억원의 법적 책임이 지어질 수 있다.
지난해 1월 경찰이 테이저건을 사용해 양 손에 흉기 든 사람을 제압하고 양 손과 양 발목을 묶었는데 이 사람이 의식을 잃고 뇌사 판정을 받은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국가가 3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0년 5월 인천에선 자해 소동을 벌이전 50대 남성이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맞아 쓰러지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흉기에 찔려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70분간 난동을 부리긴 했지만 테이저건을 사용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경찰 대처를 불법으로 판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만약 경찰 개인에게 민형사상 소송이 걸릴 경우 직접 법률 비용을 지불하는 등 모든 책임을 혼자 져야한다"며 "경찰청 조직 차원에서 대신 대응이나 법률 지원을 해주는 것들이 부족하다보니 경찰들도 가능하면 그런 일을 맞닥뜨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권력과 치안 강화를 위해 정책적·제도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안성훈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경찰들은 우리나라보다 민사적 손해배상이 훨씬 크지만 경찰 측의 법률 지원 서비스나 보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서 크게 걱정 없이 공권력을 집행한다"며 "우리나라는 경찰 개인이 모든 걸 감당해야 되는 상황이 오니까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 경찰의 매뉴얼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점검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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