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화우 양소라 변호사
아버지가 아들에게 토지를 증여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토지를 매각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후 딸이 아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였다.
이때 유류분은 아들이 증여받은 토지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할까? 아니면 토지 매각대금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할까? 만약 아들이 토지를 매각한 것이 아니라 수용 당했다면 이때는 토지와 수용보상금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유류분을 산정해야 할까?
상속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류분에 대해 한번씩 들어보았을 것이다. 유류분반환청구는 가장 대표적인 상속분쟁 중 하나이다. 유류분이란 쉽게 말해 상속재산 중 일정 비율(유류분)만큼을 보장하는 것. 따라서 피상속인의 재산 중 일부가 증여 또는 유증되었고 그로 인해 상속인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면 상속인은 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받은 사람에게 유류분에 해당하는 증여 또는 유증재산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 이러한 유류분은 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으로 산정하여 상속인의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와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서울=뉴스핌] 양소라 변호사 [사진=화우] peoplekim@newspim.com |
이러한 유류분 계산 방법에 대해 민법 제1113조 제1항은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이를 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평가방법을 명확하게 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유류분은 기본적으로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당시까지 증여하지 않고 이를 보유하였음을 전제로 산정하므로 증여재산의 가액 역시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만약 수증자가 증여재산을 상속개시시까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그 증여재산의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증여재산의 가액으로 평가하여 유류분을 산정해야 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증여재산이 증여 후 상속개시 전에 매각되거나 수용되어 상속개시 당시에는 매각대금 또는 수용보상금으로 변형된 경우이다. 이때는 증여재산의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유류분을 산정할지, 매각대금 또는 수용보상금을 기준으로 유류분을 산정할지가 문제된다.
이에 관한 종래 법원은 증여재산이 상속개시 전 수용된 경우에는 피상속인이 재산을 증여하지 않고 상속개시 당시까지 보유하고 있었더라도 어차피 수용되었을 것이니 수용보상금을 증여재산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과, 그 부동산이 증여되지 않았을 것을 전제로 유류분을 산정해야 하므로 수용된 부동산 자체를 증여재산으로 보는 게 맞다는 입장이 나뉘어 있었다.
다만, 상속개시 전 증여재산을 매각한 경우에는 매각대금이 아니라 증여재산 자체를 기초로 유류분을 계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수용과 달리 매각은 수증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수증자가 증여받아 이를 매각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피상속인의 재산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입장을 취하다 보니 20여년 전 강남 아파트가 2억원일 때 증여받은 사람이 증여 아파트를 6억원에 매각했으나, 상속개시 당시에는 시가가 15억원까지 오른 경우에도 아파트의 상속개시 시가인 15억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유류분을 반환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불이익 때문에 재산을 증여받은 고객에게 유류분 반환을 대비하여 재산을 증여를 받은 후에는 법원이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니 증여 후 재산을 매각하지 말라는 의견을 줄 정도였다.
이처럼 그 동안 증여 후 상속개시 전 매각, 처분된 증여재산의 가액평가기준에 관한 법원의 입장이 엇갈리거나 뚜렷하지 아니하여 실무상 많은 혼선이 있었는데, 최근 대법원에서 이에 관한 입장을 정리하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하여 그 재산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된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되었다면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증여재산의 가액은 증여재산의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개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증여 후 상속개시 전에 증여재산이 처분, 수용되었다면 그 처분대금 또는 수용보상금에 물가변동률을 반영한 금액을 기준으로 유류분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대법원이 이러한 판결을 내린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증자가 재산을 처분한 후 그 시가의 상승 또는 하락은 우연한 사정에 불과한데, 상속개시시까지 처분된 증여재산의 가치가 증가하면 그 증가분만큼의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였던 수증자가 부담하여야 하고, 감소하면 그 감소분만큼의 위험을 유류분청구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면 상속인간 형평을 위하여 마련된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는 점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증자가 받은 이익보다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유류분으로 반환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의할 때 더 이상 유류분 반환 문제 때문에 증여받은 재산을 계속 보유할 필요는 없게 되었으며, 자신이 실질적으로 받은 이익 이상으로 유류분을 반환하는 일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증여재산이 매각 또는 수용된 경우 유류분 산정방법을 정리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결론에 있어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양소라 법무법인(유)화우 변호사
-2004년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37기 졸업
-2008년부터 법무법인(유)화우 근무
-법무법인(유)화우 기업송무팀(기업 송무 및 상속, 신탁 등) 파트너 변호사
-'상속의 기술' 출간, 한국가족법학회 및 한국상속법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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