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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상속세가 '징벌적 과세'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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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이경진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부(富)에 대한 '징벌적 과세'라는 평가가 붙는다. 소득세로 과세한 후 축적된 부를 상속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과세가 이루어지는 '이중과세' 부작용에, 엄청난 세율(최고세율 50%)까지 부담해야 해서다. 기업을 승계했을 때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하는 할증과세(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까지 더하면 세율은 60% 이상으로 치솟는다.

세금 부담이 적정한지와는 별개로, 상속재산을 얼마나 취득하느냐와 무관하게 피상속인의 유산 전체를 대상으로 상속세를 과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응능부담원칙'을 위배하여 합리적이 아니라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 엄격한 가업승계 요건 등에 가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국가 경제에도 결코 이득은 아닐 것이다.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상속세 신고 대상인 피상속인 수는 2019년 9555명에서 2020년 1만1521명, 2021년 1만4951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수십년간 인플레이션으로 자산 가치가 크게 증가하며 과세대상자 수도 늘어나 최근에는 상속세가 부자 세금이라는 시각이 예전보다는 많이 옅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호응하여 상속세 개편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는데, 최근 기획재정부가 현행 상속세 과세체계인 유산세 방식에서 자산을 받은 만큼 세금을 부담하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검토하면서 유산취득세를 도입했을 때 시뮬레이션 결과, 배우자공제 등 각종 공제제도, 세율,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조정에 따른 세수효과 등을 살펴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현행 상속세법(1950년 제정·공포)은 만들어진 지 70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납세환경에 비해 이를 반영하는 법 개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과세체계의 기본 골격이 그대로인 점,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추어 보아도 실제 상속세를 과세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3개국 중 유산세 방식을 취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개국(미국, 영국, 한국, 덴마크)에 불과한 점 등을 근거로 상속세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상속세 과세방식에는 크게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구분된다. 유산세 방식이란 상속인들에게 상속재산이 어떻게 분할되는지는 무관하게 피상속인의 유산 전체를 대상으로 과세표준으로 삼아 과세하는 방식으로, 유산취득세 방식보다 유산분할을 가장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행할 우려가 적고 그에 따라 세무집행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반면 유산취득세방식은 유산을 취득한 자의 취득재산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과세하는 방식으로, 유산취득자의 개인적 담세력에 대응하여 과세할 수 있어 공평과세의 이념에 적합하고 상속인들 사이에 재산의 분할을 촉진시켜 부의 집중 억제에 유효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세부담을 감경시키기 위해 허위의 분할 신고의 우려가 있는 등의 단점이 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이경진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2022.09.23 peoplekim@newspim.com

우리 법은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여 상속이 개시된 경우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에는 모든 상속산,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에 있는 모든 상속재산에 대하여 상속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방식에 따를 경우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상속재산의 범위에 관하여 총 상속재산 가액을 산정하고 공과금∙ 장례비용∙ 채무 등(상증세법 제14조)을 뺀 후 여기에 합산대상 사전증여재산을 가산하여 상속세 과세가액을 산정한다. 위와 같이 산정한 과세가액에서 인적공제와 물적공제를 차감하고 감정평가수수료를 공제하는 순으로 상속세 과세표준을 산출하며 여기에 세율(10~50% 5단계 초과누진세율)을 곱하여 상속세액이 산출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상속세액이 산출될 때 납세자가 직면한 가진 큰 문제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일 것이다. 상속세가 과중하게 된 원인으로는 현재 상속세 과세방식이 유산취득세보다 세 부담이 더 무거운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 독일이나 영국 등에 비해 세율이 높고, 특히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기준금액이 낮으며 배우자에 대한 배려가 적다는 점이 거론된다.

실제로 상속세의 과세표준구간은 2000년 1월 이후 수정된 적이 없는데 2000년부터 현재까지 물가가 40% 이상 상승하여 명목가치가 상승하였지만 조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최근 부동산 공시지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부동산 가격평가가 급증하였다는 점 등이 함께 영향을 끼쳐 상속세 부담을 과중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행 상속세제는 배우자의 상속부담이 과중하다. 상속세액 산출시 인적공제를 차감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배우자 상속공제도 이에 해당한다. 상증세법 제19조 제1항은 상속재산 중 배우자의 상속지분금액에서 배우자에게 사전증여한 재산을 뺀 금액의 한도에서 공제를 인정하되, 최대 30억원을 공제한도로 규정하고 있다.

즉 [①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 ②기준금액  배우자의 법정 상속분- 가산한 증여재산 중 배우자 수증분의 증여세 과세표준, ③ 30억원] 중 적은 금액에 대해서 상속공제가 인정되는데, 이를 보면 상속인의 수가 늘어날수록 배우자 상속지분이 줄어들고 배우자공제액도 적게 된다.

그런데 배우자는 다른 상속인들보다 피상속인의 재산형성에 기여한 바가 높을 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사망시 자녀들은 성인인 경우가 많아 상속재산을 통한 부양의 필요성이 낮은 반면, 점차 평균수명이 늘어나 생존배우자에 대한 부양을 더 고려할 필요가 있음에도 현행 상속세제는 그러한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는 배우자에게 증여하더라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거나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아 배우자의 상속권이 강화되어 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기획재정부가 연구용역 등을 통해 어떠한 형태로 상속세 개편을 추진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점은 현행 상속세는 유산세 과세방식, 낮은 과세구간, 최대 50%의 높은 세율,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가업승계의 엄격성 등을 고려하였을 때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그 세부담이 과중하므로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면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면서도 과세구간이 우리나라에 비해 폭이 넓고 그 최고세율이 30%로서 낮기 때문에 상속세 부담이 비교적 낮음을 알 수 있는 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나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기준금액을 높이는 방법 또는 최고세율을 낮추는 방법, 최소한 물가상승 등을 고려한 과세표준 구간의 개편 등 여러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배우자 상속 부담과 관련하여서는 단기적으로는 배우자 공제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배우자는 다른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만 상속에 포함되는 것, 즉 자녀 세대에의 재산이전을 상속으로 파악하여 영국이나 미국과 같이 배우자의 증여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을 적극 검토함으로써 생존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부담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경진 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2002년 제44회 사법시험 합격

-2005년 사법연수원 제34기 수료

-2005년 삼일회계법인 조세변호사

-2009~2013년 서울지방국세청 송무1과 중요소송(국제조세소송)T/F 팀장

-2013~2014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 위원

-2014~2017년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 송무과장

-2018~2020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

현재
서울고검 국가송무상소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여성변호사회 오정기금관리특별위원회 위원
한국부동산원 보상자문위원회 위원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 등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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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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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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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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