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노인 폄하' 논란 사과..."사퇴해야"
"혁신위 이제 그만 했으면"...회의적인 목소리
[서울=뉴스핌] 지혜진 홍석희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노인 폄하' 논란이 발생한 지 나흘 만에 사과했지만 '김은경 리스크'가 '이재명 리스크'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 정중히 사과드린다. 어르신들의 헌신과 경륜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듣겠다"고 사과한 뒤 곧장 용산구에 있는 대한노인회를 찾아 재차 머리를 숙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노인 폄하 발언 논란에 대해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3.08.03 leehs@newspim.com |
이처럼 김 위원장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하나 같이 김 위원장의 실언을 지적했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제 혁신위를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비명계 3선 의원도 "좀 신중했으면 좋겠다. 당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지 계속 당에 위협만 가하는 행태를 보이면 안 된다"며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일부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조차 김 위원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 초선 의원은 "혁신이라는 게 이것저것 눈치보고 정치에 몸을 담은 사람들이 하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김 위원장은) 순수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다만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내용이 받아들여졌다면 바로 사과해야 했다. 국민과 대결하려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했다.
당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위원장이) 사퇴 안 하면 이제 권위가 서겠느냐. 혁신위가 별로 할 일도 없다"며 "개딸들 홍위병 노릇 할 거 아닌 바에야 그냥 지금 깨끗이 여기서 죄송합니다, 하고 위원장직 내려놓는 게 민주당을 돕는 길"이라고 일침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게 얼마나 총선에 또 악재로 작용하겠느냐"며 혁신위가 해체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김 위원장이 추미애 전 장관을 닮아가는 것 같다"며 "본인은 당을 위해서 하는 말이나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자꾸 당에 부담을 주는 그게 추 전 장관 주특기 아닌가. 김 위원장도 좀 비슷하게 가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은경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3.06.20 leehs@newspim.com |
혁신위가 혁신안보다 설화가 주목받다 보니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구나 대의원제 폐지, 공천룰 변경 등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안건을 다루겠다는 의지를 시사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특히 공천룰을 바꾸는 문제는 비명계뿐만 아니라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로부터도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선 비명계 3선 의원은 "공천룰은 자기들이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는 것이다. 당규와 당헌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것이고 당원 투표로 결정된 건에 자기들이 임의로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혁신위가 제시한) 체포동의안 기명투표하고 대의원제 폐지 문제는 연결된다. 대의원제 폐기하고 기명투표 하게되면 비명계 걸러내고 공천에서 떨어뜨리겠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천룰을 혁신위가 건드리는 것에 대해선 비명계뿐 아니라 계파색 옅은 사람들도 굉장히 의구심이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친명계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실수로 혁신위가 동력을 잃었다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말실수할 수 있는데 그것 때문에 혁신위가 제대로 일을 안 한다, 동력 상실한다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며 "잘못하면 잘못한 대로 사과하고 할 일 하면 되는 거지 일부에선 그거 지적하느라고 폐지해야 한다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가 임명한 인사인데다 혁신위 자체가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띄운 기구라는 점에서다.
이 평론가는 "일종의 이 대표 친위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이 대표가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면서 "혁신위를 띄운 게 비명계 쪽에서 공격이 오니까 본인의 리더십 위기를 막기 위해선데 그조차도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도 "혁신위를 만들자고 한 것도 이 대표, 위원장을 들여온 것도 이 대표다. 당연히 리더십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표의 리더십은 상처 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