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특보' 발효되도 "강이라 괜찮다" 정상운영
전문가 "물 깊어지면 구조 어려워…영업 중단해야"
지자체·업체 책임공방…소비자 "환불 못받고 취소"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예약 전날 폭우가 내리고 호우경보가 떠서 취소하려고 업체에 연락했더니 환불은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올해 6월 하순부터 시작된 장마 기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으나 상당수 수상레저 업체들은 호우 특보가 발효되더라도 운영을 지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사고를 우려한 소비자들이 취소를 요구하더라도 환불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서울권에 위치한 유명 수상레저 업체 복수의 관계자들은 25일 본지 취재진에게 "특보가 발효되더라도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바다나 계곡과 달리 수상레저는 강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파도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아 기상이 악화되더라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수상레져시설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충북도] |
이들 중 한 관계자는 "수상레저는 비가 와도 문제없이 정상 영업한다. 계곡이 아니라 강이기 때문에 파도가 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한 달 내내 비가 한창 많이 올 때도 한 번도 쉬는 날 없이 운영했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들 또한 지자체에서 정지명령을 내릴 경우, 영업 중지 및 환불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했다. 이들은 "천재지변이 있을 경우 제재가 있으면 운영을 중지한다"며 또 "제재가 내려지면 (수상레저와 동반되는) 놀이기구 등은 100% 환불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는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시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개정안에 따라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공문을 따로 보내지 않아도 당연히 (업체 쪽에서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지해야 한다"라며 "별도의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상레저안전법 제46조에 따르면 기상·수상 상태가 악화된 경우에 해양경찰서장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수상레저 사업자에게 영업 구역이나 시간의 제한 또는 영업의 일시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해당 법 조항에는 '기상·수상 상태'에 대한 명확한 조건이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지난 6월 개정안에 따라 이에 대한 조건(태풍·풍랑·폭풍해일·호우·대설·강풍과 관련된 주의보 이상의 기상특보가 발효된 경우)도 추가됐다.
경기 광명시 목감천 수변공원 운동기구와 나무들이 폭우에 잠겼다. [사진=뉴스핌 DB] |
결국 지자체는 "여름에는 별도로 안전 관리 단속반을 편성해 주말에도 운영하고 있고, 특보가 떨어지면 영업장에 안내 문자를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특보가 뜰 때마다 일일이 공문을 보내고 이를 기다릴 게 아니라 업체가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업체 측은 지자체의 제재가 있어야 영업을 중지한다는 입장이었다.
지자체는 '환불'과 관련해서는 "환불은 소비자원 소관이라 지자체에서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책임 공방 속에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최근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수상레저를 예약한 누리꾼 A씨는 전날 호우 특보가 발효됨에 따라 급히 예약을 취소하려고 했지만, 업체 측이 환불을 거절해 결국 1원도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누가 비오고 번개 치는데 보트를 타느냐"며 "취소하려고 연락했더니 환불은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 매년 사망사고도 많다고 해서 그냥 환불은 포기하고 취소했다"고 말했다.
누리꾼 B씨 또한 "상식적으로 물놀이를 하면 안되는 날씨라 위약금을 물테니 환불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자기들은 정상적으로 영업한다고 거절하더라"며 "사고가 나면 책임이라도 진다는 것인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비가 오면 파도가 치지 않더라도 물 깊이가 깊어지고 구조에 시간이 오래 걸릴 위험 등이 있다"며 "호우 특보가 내린다면 운영을 중지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가 일정 이상 올 때는 규정을 정해서 지자체에서 선제적으로 영업을 정지하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