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7일 공포…6개월 후인 이날부터 시행
"또래인데 오늘부터 형?", "나이 어떻게 답하느냐" 등 일상 혼선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모든 국민이 1~2살씩 어려지는 '만(滿) 나이 통일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어색하다'는 입장과 '편해졌다'는 의견이 교차했다.
28일 법제처에 따르면 이날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다. 해당 법안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도입이 논의됐고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뒤 같은 달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됐다. 현행법상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이날부터 만나이가 적용된다.
만 나이는 출생일 기준 0살로 시작해 생일마다 1살씩 더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예전처럼 1월 1일이 되면 다 같이 한 살씩 더하는 게 아니라 생일이 지나야 한 살이 더해지기 때문에 같은 또래라도 만 나이가 적용되면 나이 차가 난다.
이 때문에 친구 사이에서도 생일이 지나면 '언니·누나'나 '오빠·형'이라고 불러야 하느냐는 등 혼란이 제기된다. 외국과는 달리 호칭 문화가 자리잡힌 우리나라에서 가능하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완규 법제처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 나이 통일법'(행정기본법 및 민법 일부개정법률) 시행과 예외 적용 사례 등을 설명하고 있다. '만 나이 통일법' 시행에 따라 오는 28일부터 법적으로 대부분 영역에서 '만 나이'로 통일되며 주류·담배 구매와 병역, 초등학교 입학 등은 예외로 '연 나이'가 적용된다. 2023.06.26 yooksa@newspim.com |
생일이 5월 31일이라 이날부터 29살이 된 백모 씨는 "우리나라는 호칭을 쓰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는데 갑자기 기준이 바뀌니까 '이게 맞나' 싶다"며 "어떻게 친구 사이에서 하루아침에 형이나 누나라고 부르겠느냐"고 했다. 백씨는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사회 분위기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밖에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앞으로 나이를 묻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진짜 만 나이로 대답해도 되느냐"며 "지금껏 '연 나이'로 지내오다 갑작스럽게 '만 나이'가 적용된다고 해서 나이를 줄여 말하기가 어색하다"고 했다.
연 나이로 28살인 조모 씨도 "나이를 물어본다면 (그대로) 28살이라고 답할 것 같다"며 "이미 28살이란 나이가 익숙하기도 하고 괜히 만 나이로 답하면 더 혼란스럽기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민은 앞으로 나이를 물어보면 '몇 살'이 아닌 '몇 년 생'이라고 답하겠다고 했다. '몇 년 생'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지만, '몇 살'로 답했다가는 괜히 "만나이로요 원래 나이로요?" 등 꼬리질문이 잇따라 피곤해진다는 판단에서다. 김모(28) 씨는 "나이를 그때그때 계산해야 해서 더 불편해질 것 같다"며 "'생일이 언제세요?'가 일상어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2살이나 어려져서 무조건 만나이로 답하겠다"는 등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빠른년생들로부터는 "오히려 편해졌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빠른 93년생인 서모 씨는 "불편한 것보다는 편한게 더 많아졌다고 생각한다"라며 "빠른년생 입장에서 애매하게 끼여 있는거보다 확실하게 정리되니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류·담배 구매 ▲병역 의무 ▲초등학교 입학 ▲공무원 시험 응시에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우려했던 혼선은 크게 빚어지지 않았다.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66) 씨는 "뉴스에서도 그렇고 지인들도 그렇고 04년생부터 술과 담배를 팔아도 된다고 하도 말해줘서 헷갈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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