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중단 및 파이프라인 반환 '분주'
상업화 가능성 높은 파이프라인 '주목'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대형 제약사들이 중요도가 낮은 파이프라인 개발을 중단하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는 만큼 퍼스트인클래스 신약 확보나 특정 질환에 집중하는 등 목표를 뚜렷이 하는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제약사들이 자사 파이프라인에 변화를 주고 있다. 올들어 종근당은 대장암 파이프라인인 CKD-516과 특발성폐섬유화증인 CKD-506 개발을, 녹십자는 만성B형간염치료제 GC1102B 개발을 중단했다. LG화학은 지난 2019년 스웨덴 스프린트 바이오사이언스에서 기술 이전받은 NASH 기술을 반환하며 남은 3건의 파이프라인에 개발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형 제약사 입장에서는 연구개발비가 천억대에서 움직이는 만큼 파이프라인에서의 시너지와 시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 비교적 중요도가 낮은 사업영역에서는 투자를 회수하면서 연구개발 방향을 뚜렷하게 하는 것이다.
종근당은 케미칼에서 바이오로 이동하는 제약바이오업계 조류를 따라잡는다. 종근당은 지난 1월 속도를 내 황반변성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를 출시하고, 현재는 보다 난이도 높은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종근당은 파이프라인 정리 후 폐암 표적 항암이중항체 CKD-702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CKD-702는 종근당의 유일한 바이오신약 후보물질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 Part2를 진행중이다. 지난해 9월 유럽종양학회에서는 임상 2상 권장 용량을 결정한 바 있다.
녹십자는 백신 명가 입지를 유지하면서 희귀질환 분야에서 '최초 혁신신약(First in class)' 의약품을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2월 미국 신약개발 업체 카탈리스트로부터 혈우병 치료제 파이프라인 3건을 인수하면서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렸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기존 혈우병 시장에서 판매하는 '애드베이트', '그린진에프'와 다른 작용기전이기에 희소성이 있다.
유전성 신경퇴행 질환에 대한 공동연구도 진행중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돗토리대학교와 GM1 강글리오시드증 치료제에 관련해, 2021년에는 미국 스페라젠과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SSADHD)에 대한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항암제와 대사질환에 자원을 투입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비주력 부서의 진단사업부문을 매각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지난 1월 인수한 항암제 전문 제약사 '아베오(AVEO)'와 임상 3상에 돌입한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주요 파이프라인 17건을 2030년까지 23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올해 생명과학본부 연구개발비에만 약 4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아베오 파이프라인 3건 중 2건은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신장암 3차 치료제인 포티브다를 2차 치료제에 진입시키고, 피클라투주맙은 두경부암 및 췌장암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개발 중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제약업계에서 전체적으로 파이프라인 갯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상위사들은 임상 진행 단계가 진전되면서 투자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몇몇 파이프라인은 없애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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