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테슬라가 자사 모델Y에 중국 비야디(BYD)의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경쟁 상대였던 양사 관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얼스이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紀經濟報道)는 독일 현지 매체 보도를 인용, 테슬라가 기가팩토리 베를린에서 비야디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생산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이는 테슬라가 유럽 시장에서 처음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으로, 경쟁 상대인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사용한 것도 처음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비야디가 독자 개발한 LFP 기반 배터리로, 기존 배터리 대비 부피를 줄이고 주행거리와 안정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비야디 배터리를 장착한 새로운 버전의 모델Y는 닝더스다이(CATL) 배터리를 탑재했던 기존 모델보다 뛰어난 충전 효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5분 만에 60% 충전이 가능할 정도로 충전 속도가 빨라진 것은 물론, 출력 역시 대폭 향상됐다.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됐던 모델Y의 경우 25~30% 충전 상태에서 150kW가량의 출력을 유지했던 반면, 비야디 배터리 셀을 장착한 신형 모델Y는 같은 배터리 잔량에서 170kW의 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주행거리 면에서도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가 앞서 있다.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55kWh)는 273마일(44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반면, CATL의 각형 LFP 배터리(약 60kWh)는 최대 283마일(455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사진=바이두(百度)] |
테슬라와 비야디 협력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경쟁 상대인 양사가 장기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특히 크다.
양사의 협력 소식은 2021년 8월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비야디가 테슬라에 블레이드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란 소문이 확산했고, 그로부터 두 달 뒤 테슬라가 비야디와 10GWh 규모의 블레이드 배터리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만 해도 협력에 관해 '함구'했던 테슬라와 비야디는 2022년 6월에 이르러서야 공식 입장을 내놨다. 롄위보(廉玉波) 비야디 부총재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론 머스크와 좋은 친구"라며 "테슬라에 베터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다시 두 달 뒤인 8월에는 비야디가 테슬라 독일 공장에 배터리 공급을 시작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다만 테슬라가 비야디를 정식 공급망에 편입시킬 것인가를 두고서는 업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우선 테슬라가 세계 주요 지역에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된다.
중국에서는 주로 CATL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고, 북미 지역에서는 파나소닉 배터리를, 유럽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 배터리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근거리에 생산기지를 둔 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유리하지만, 비야디의 배터리 생산기지는 주로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이와 함께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비야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테슬라에 있어서는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