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OK·웰컴저축은행 허위 루머로 '홍역'
금융권 "지라시 하나가 회사 유동성까지 위협"
악성 루머에 법적조치 등 엄정한 대응 필요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작은 소문, 지라시 하나가 회사 유동성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금융회사의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국내 금융회사에 대한 '뱅크런 괴소문'을 황당해하면서도 순식간에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감추지 않는다. 40년을 버텨 온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무너지는 데 채 40시간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증권부 김연순 차장 y2kid@newspim.com |
SVB 파산 이후 국내 금융회사에 대한 '뱅크런 루머'는 한 두번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토스뱅크에 대한 루머는 매우 황당무계한 케이스다. 약 한 달 전 토스뱅크는 연 3.5% 금리를 가입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을 출시했다. 그런데 이 상품이 예금을 맡기는 즉시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고안한 상품이 아니냐는 의혹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졌다. 토스뱅크에 예치한 예금을 인출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결국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직접 나섰다.
홍 대표는 토스뱅크의 현 재무 상태와 지난해 실적 등을 공개하며, 연말 흑자전환이 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이를 일축했다. 토스뱅크의 선이자 지급 예금 상품은 마케팅, 혁신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상품이다. 실제 이 상품은 출시 30여 일 만에 예금이 1조원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단지 상품 출시 시점이 SVB 파산 이후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었다는 이유로 뱅크런 소동이 발생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뤄야했다.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2일 오전 대형 저축은행 2곳에 대해 '(긴급) PF 1조원대 결손 발생. 지급정지 예정, 잔액 모두 인출 요망'이라는 소위 '지라시'가 돌았다. 금융권 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소문이 사실이라면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해당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고, 해당 저축은행들도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접촉해본 결과 관련 내용에 대해 횡설수설하는 등 사실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허위 악성 루머 등 근거 없이 시장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즉각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 수장까지 강경대응에 나선 건 온라인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최근 금융 거래의 신속성 때문이다. '뱅크런' 대신 '디지털 뱅크런', 이른바 '폰 뱅크런' 시대가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의 유동성과 연체율 등 건전성 이슈는 금융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이슈다. 하지만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루머', '괴소문'이 퍼질 경우 금융회사의 존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뱅크런 루머는 앞으로도 진행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허위 악성 루머에 대해선 법적조치 등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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