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우리나라는 벌써 때가 늦었습니다"
마약범죄와 관련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취재원에게 들은 말이다. 그는 "이미 중독된 사람들은 죽든지 말든지 마약을 끊을 수가 없다. 전 재산을 다 잃고 자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한국에 100만명 정도 된다"며 "그러니까 지금까지 정부는 대체 뭘 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부 조민교 기자 |
마약은 범죄 초기 단계에 악용되며 살인과 같은 중범죄에 이용되기도 하고, 다양한 범죄 수법과 융합화를 이루는 등 그 위험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고등학생에게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후 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다른 사람에게 몰래 마약을 먹이는 '퐁당 마약' 수법이 보이스피싱에까지 악용되는 범죄 수법의 융합화를 여실히 보여줬다.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하고 살해한 사건도 마약이 범죄 초기 단계에 이용됐던 것으로 수사 당국에 의해 밝혀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 사인은 '마취제 성분' 중독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경찰은 해당 마취제가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주범 이경우의 아내에게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반 병원에서 쉽사리 구한 마약 성분 마취제가 한 사람의 생명을 앗는 데까지 이용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물론 병원 등에서 쉽사리 유통되는 마약은 반드시 범정부 차원의 대응으로 막아야 한다. 마약 전문가는 "병원은 이익 실현과 관련이 있어 오히려 마약을 홍보로도 이용하는 실정"이라며 "그러니 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정부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약 음료 사건 이후 정부는 검찰·경찰·관세청·교육부·식품의약품안전처·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또한 최근 '마약 범죄 수사 컨트롤타워'를 대검찰청에 복원하라고 지시하며 "지금 막지 못하면 나중에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고, 이 시기를 돌아볼 때 정말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다만 현시점에서 '통제'로만은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 마약을 유통하는 등 마약 범죄에 연루된 이들 또한 대부분은 마약에 이미 중독된 이들이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마약 소탕과 동시에 이미 중독된 이들에 대한 재활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그저 마약 범죄 검거율을 높이는 데만 치중한다면 이번 마약과의 전쟁에서 쉽게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촘촘하고 구체적인 전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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