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대비 DL이앤씨 25%, 현대건설 10%, 대우건설 5%
원가 경쟁력, 브랜드 인지도 낮은 중견건설사, 조정폭 더 커
미분양 확산, 원자재 수급난 등으로 불확실성 장기화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원자잿값 상승으로 실적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연초 대비 대폭 낮추고 있다.
시멘트와 철근 등 건설 주요 원자잿값이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자재 수급 불안, 건설노조 파업 등으로 공사 기간이 지연된 것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분양 아파트 확산 등 주택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자금력 부족한 건설사를 중심으로 재무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 '원가율 상승 영향' 건설사, 줄줄이 실적 전망치 낮춰
12일 건설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연초 예상보다 부진한 1분기 영업이익 실적을 기록했다.
연초 DL이앤씨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147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 추정치는 이보다 25.2% 낮은 85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6개월 전 예상 영업이익이 152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2.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올초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1807억원이다. 실적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는 이보다 10.6% 감소한 1615억원으로 낮아졌다. 매출액은 예상치보다 상향했지만 90%가 넘는 원가율 부담에 손에 쥐는 돈은 되레 줄었다. 1분기 실적을 감안할 때 2016년 이후 재진입을 노렸던 영업이익 '1조원 클럽' 가입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1590억원으로 연초 잠정치 1682억원보다 5.5% 감소했다. 작년 하반기 시점에 전망한 영업이익 2210억원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다. 이 회사 또한 매출액은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이익 측면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GS건설은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1669억원이다. 이는 연초 예상한 1708억원보다 2.3% 줄어든 금액이다.
중견 건설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형사보다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져 시장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호건설은 올해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500억원으로 애초 예상치 977억원보다 48.8%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글로벌은 연초 예상치 2630억원보다 36.3% 감소한 1675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 미분양 확산, 원자재 수급난 등 건설업황 전망 '안갯속'
건설사의 실적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주력사업인 주택·건축부문에서 수익성을 자신하기 어렵다.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형 건설사라도 지방에서는 분양 '완판'이 어려운 실정이다. 미분양 주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2월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이 전달에 이어 2개월 연속 7만5000가구가 넘었다.
미분양 증가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대폭 증가했다. 분양시기를 늦췄던 분양매물이 이달 이후 전국적으로 쏟아져 나올 예정이어서 미분양 확산이 더욱 가속할 공산이 크다. 특히 미분양 주택의 대부분은 수도권 이외 지방(6만2897가구)이 차지하고 있다.
공사지연에 따른 원가부담 증가도 우려된다. 시멘트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달 기준 시멘트를 원하는 만큼 공급받지 못하는 공사현장 비율이 60%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10곳 중 6곳이 공사가 중단됐거나 지체되고 있다는 얘기다.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전체 원자재 중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지만 이 재료가 없으면 건물을 올릴 수 없다는 점에서 필수 품목이다. 다른 공정과 순서를 대체하기도 어려워 공급 부족시 공기 지연으로 직결되는 게 일반적이다.
공사를 계약 기간 내 끝내지 못하면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한다. 지체보상금은 건설사 등 시행자가 계약서에 명시된 입주일에 맞춰 공사를 끝내지 못한 경우 입주예정자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이다. 일반적으로 보상금 총액은 입주일 전까지 입주예정자가 낸 금액에다 시중 금리에 준하는 연체율을 곱해 산정한다.
유안타증권 김기룡 연구원은 "예년보다 높아진 주택·건축 부문 원가율 레벨 기조가 영업이익 감소의 주요 요인"이라며 "비용 상승분을 반영한 신규 현장이 늘어나고 있어 실적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