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과목 한 학기 교재 구입도 어려워…지원 확대 필요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오세훈 서울 시장의 공약사업인 '서울런'이 연간 5권의 교재만 지원해 여전히 취약계층 교육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서울런을 통해 취약계층 학생들이 의대와 약대 등 주요 대학에 진학했다고 밝혔지만 교재 지원 등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런은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대성마이맥, 메가스터디, 에듀윌 등 대형 사교육업체 온라인 강의를 1년간 무료로 지원한다. 또 대학생 튜터와 연결해 일대일 멘토링을 제공한다. 교육 사다리를 재건을 목표로 2021년 8월부터 시행됐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020년 8월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밀집지역. 2020.08.31 pangbin@newspim.com |
하지만 취약계층이 부담해야 할 교육비 문제는 여전하다. 올해부터 학생 1인당 2만원 상당의 교재 쿠폰 5장을 지급받아 연간 10만원 상당의 교재를 구입할 수 있지만 한 학기 주요 과목 문제집만 사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해당 쿠폰은 각 사이트에서 교재로 교환이 가능하다.
2023년 4월 기준 메가스터디의 유명 수학 강사는 고등학교 1학년 대상 수업 2개를 열었다. 해당 수업은 연이어 듣는 과정으로 총 교재만 4권이다. 교재비는 수업 별로 각각 3만 6000원, 3만 2000원으로 총 6만 8000원이 필요하다. 차후 개설될 시험 대비, 문제풀이 등이 제외된 기본 개념 강좌에만 전체 교재비 지원 금액의 반 이상을 써야 한다.
고1 영어 역시 어법, 어휘, 문장 등 수업이 세분돼 있었고 교재비는 1만 6200원~2만 7000원 사이였다. 고2의 경우 교재비가 더 올라가는데 지문 분석 1과목 교재비는 4만 1000원이었다. 주요 과목 중 1개만 선택한다 치더라도 1년 치 교재비를 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상무 함께하는 사교육연합 대표는 "한 학기 주요 과목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만 사더라도 10만원 정도"라며 "학생별로 소비하는 교재비는 천차만별이지만 1년 치로 따지면 20만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자녀가 서울런을 이용하는 학부모들도 교재비 부담을 성토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교재비가 장난이 아닌데 할인받아서 살 방법이 없냐"고 물었다. 다른 학부모들 또한 "교재비를 감당할 수 있는 집이 얼마나 될까 싶다", "교재비가 만만치 않다"는 글을 올렸다.
교재비 문제는 서울런 도입 당시부터 지적되온 사항이다. 시는 올해 무료 교재 이벤트를 통해 교재를 지원받는다면 1인당 최대 9권을 받을 수 있다며 교재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학생이 한정적이고 참여를 통한 교재를 지원받는다 치더라도 주요 과목에 필요한 1학기 교재 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시는 서울런을 통해 학생들이 의대 등 주요 대학에 진학했다며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지난 4일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런의 이용자 사례를 분석한 결과 대학 진학 및 성적향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는 수능에서 서울런을 이용했다고 응답한 학생 626명 중 462명이 대학에 입학했다며 응답자 74%가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체 학습자에 대한 통계가 아닌 설문에 응한 학생들만 대상으로 대입 결과를 발표해 시가 성과를 부풀려 홍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재 지원에 앞서 서울런 성과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서울런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취약계층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서울런을 얼마나 이용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상 학생들이 사이트에서 얼마나 학습하는지에 대한 통계가 필요하다"라며 "단순히 한두 성공 사례를 놓고 전부 성공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사무차장 역시 "서울런 지원 대상인 취약계층 학생들은 사교육 인터넷 강의가 아니라 면대면 수업 진행과 같은 학습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서울시는 사교육이 취약계층 학습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안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규정이 없어 제공하지 못했던 교재가 올해는 예산을 따로 편성해 지급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내년도 교재 지원 규모를 어떻게 할지 추가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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