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정통 외교관들로 외교·안보라인 개편
'조태용-조현동' 전면배치…후임 외교장관 관심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2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전격 취임한 조태용 실장의 취임 일성은 '원팀'이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의 사퇴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의 소통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실장은 3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인사를 나누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임무"라며 "중차대한 시기인데 안보실장 자리를 맡게 돼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3.29 taehun02@newspim.com |
그는 "지난 11개월 여 동안에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인 글로벌 중추국가 건설을 위해서 주춧돌을 잘 놨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그 주춧돌 위에 토대 위에 좋은 내용으로 집을 지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안보실을 포함, 대통령실을 포함해 전 구성원들이 한 마음으로 원팀으로 노력해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김성한 전 안보실장이 사임한 29일 당일 조 실장을 내정했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했던 조 실장은 곧바로 주미대사직을 내려놓고 안보실장 업무를 시작했다. 30일 예정됐던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도 취소했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조 실장의 전임인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미국 국빈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측과 '블랙핑크-레이디가가' 문화행사 등의 일정 조율 과정에서 대통령 보고 등에 문제가 생겨 사의 표명까지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실장 사퇴의 핵심 원인으로 김성한-김태효 간 파워게임을 꼽고 있다. 신중한 성격의 김 전 실장이 승부사 기질이 강한 김태효 1차장과 강제징용 해법 발표 및 한일정상회담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무 스타일이 달라 갈등을 빚어왔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실장과 1차장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이 한일정상회담과 같은 중요한 외교행사 진행과정에서 핵심정보를 서로 '패싱'하며 소통의 장벽을 쌓아올린 결과가 이번 사태로 귀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외교가에선 김 전 실장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마친 후 주미국대사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해왔다.
한 외교소식통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미정상회담 이후인 5월 정도 사퇴하면 조태용 주미대사가 외교부 장관으로 영전하고, 김 전 실장은 주미대사를 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소식통은 "그렇게 되면 국가안보실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데 윤 대통령의 신임이 큰 김태효 1차장이 승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며 "이번에 조태용 주미대사가 안보실장을 맡게 된 배경에는 대통령실에서 김태효 차장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중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매체는 이날 여권 핵심관계자를 인용해 "김태효 차장이 차기 안보실장 자리를 노렸을 텐데 윤 대통령이 그를 배제하고 조태용 주미대사를 올린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며 "김 차장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다들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김성한 실장 사퇴 이후 관전포인트는 이제 신임 조태용 실장이 독주 성향이 강하고 윤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김태효 차장을 어떻게 관리하고 '원팀'을 만들어갈 것이냐"라며 "박진 장관이 조만간 총선 준비를 위해 사퇴하게 될 경우 후임 외교부 장관이 누가 되는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 참석해 '담대한 구상 의미와 추진방향'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2022.11.21 yooksa@newspim.com |
실제로 조태용 신임 안보실장의 취임으로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라인은 교수 출신인 김성한-김태효와 정치인 출신인 박진 외교장관 중심에서 정통 외교관 출신들로 무게중심이 이동된다.
1956년 서울 출생인 조 실장은 제14회 외무고시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주미한국대사관 1등서기관, 외교통상부 북미1과 과장,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 외교통상부 북미국 국장, 외교부 제1차관, 국가안보실 제1차장, 국회의원, 주미대사를 역임한 정통 외교관료 출신이며, 외교부에서 손꼽히는 '미국통'이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조 실장의 후임으로 주미대사에 내정된 조현동 외교부 1차관도 '미국통'이다. 1960년생으로 서울 출신인 조 차관은 외무고시 19회로 주미대사관 1등서기관, 북미국 북미3과장, 북핵외교기획단장, 주미대사관 공사와 외교부 1차관 등을 거치며 주로 북미외교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미국통'이자 '북핵통' 외교관이다.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를 졸업했다.
조 차관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현재 국가안보실 1차장인 김태효 당시 대외전략비서관과 함께 일한 적도 있다.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이 2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미대사로 부임할 조 차관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도 빠른 시간 내에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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